- 입력 2024.04.19 08:00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코로나 엔데믹으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며 실적 개선을 기대하던 항공 업계가 고환율·고유가 이중고에 울상이다. 여기에 중동 전쟁 확전 우려에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업계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1372.9원으로 마감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에 이스라엘이 보복 의지를 내비친 16일에는 환율이 장중 1400원까지 뛰기도 했다. 환율 1400원대는 미국이 정책금리를 대폭 올렸던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이전에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섰던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뿐이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및 기자재 리스(임차)비와 유류비 등을 모두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커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특히 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운행하는 대형항공사(FSC)에는 더 악재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270억원의 외화평가손실과 140억원의 현금 변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보다 리스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환율이 10% 상승할 시 4600억원 규모의 외화평가손실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제유가도 휘청이며 업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06% 내린 85.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6월 브렌트유도 0.09% 내린 90.02달러를 기록했다.
항공사는 고정 지출비의 30%가량을 연료 유류비로 지출하는 만큼 유가 상승 시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영업비 12조9882억원 중 4조4571억원을 연료비로 사용했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약 3000만달러(약 412억원)의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유가 상승분이 유류할증비 등으로 항공권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업계는 이로 인한 여객 수요 위축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점쳐지며 유가 급등 불안을 키우고 있다. 걸프 해역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라크·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30%가량이 해당 해역을 이용하고 있어 '원유 동맥'으로 불린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봉쇄가 발생하면 심각한 공급 차질과 유가 급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