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4.30 15:12
'올바른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오주환 "무작정 늘려서는 원하는 결과 안 나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30일 하루 휴진을 선택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포럼을 열고 의료개혁 관련 토론에 나섰다. 의사 수 추계 연구도 진행키로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긴급 심포지엄을 열었다.
방재승 서울의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따뜻한 봄은 왔으나 마음은 아직 한겨울"이라며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세계를 돌아봐도 매우 우수한 시스템이었으나, 단 두 달 만에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시스템 유지에는 수많은 의료인의 희생이 있었지만, 그런 의료인의 희생과 자긍심을 정부는 단번에 짓밟았다"며 "국민에게 의사집단을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 기득권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 데 분노한 의대생과 전공의는 강의실과 병원을 박차고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진정한 의료개혁은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제대로 살리는 길인데, 정부는 단지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이 진정한 의료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을 씌워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작금의 사태를 유발시킨 데는 정부의 잘못이 제일 크나 수십년간 의료관행을 당연시해 온 의사들, 교수들의 잘못도 명백히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진정성 있는 자세로 각 분야 전문가와 전공의, 의대생, 저희가 소홀히했던 환자 등과 제대로 토론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비대위가 고민 끝에 준비한 '올바른 한국의사 수 추계 연구'도 이 자리에서 심도있게 토론해 그 가능성과 한계점을 짚어보고, 의료개혁 TF를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산하에 설치해 향후 제대로 된 연구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의대 비대위는 의사 정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 시나리오를 반영한 필요 의사 수의 과학적 추계'에 대한 연구 출판 논문을 공모하기로 했다.
한편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의사 수 추계 연구: 목적론과 방법론, 그리고 한계'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 교수는 "정부는 의대 정원 동결로 의가 수가 똑같이 유지되는 것처럼 발표하지만 10년 사이 의사는 2만명 늘었다"며 "은퇴하는 의사는 2000명대고, 의대 정원은 3000명대라 매년 1000명씩 증가했다. 특히 은퇴 연령이 점차 연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늘어난 의사가 어디로 갔는지 보면 서울은 확 늘었는데 지방은 안 늘었다"며 "이런 것을 보면 인공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사들이 지역으로 안 간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인턴과 레지던트 수가 정체하는데 지원자 수는 증가한다. N수 하면서 과를 바꿔서 그렇다. 3000명이 지원해야 하는데 10~20%는 N수생으로, 이들이 어디 가는지 보면 2배 이상 늘어나는 과도 있지만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과가 있다. 소아과가 가장 최악의 상태"라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도 이 분포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냥 의대 정원만 늘려서는 어떠한 원하는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