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06.11 11:3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그동안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애플이 오픈AI의 생성형 AI인 '챗GPT'로 음성비서인 '시리'의 경쟁력을 높인다. 또 연내에 자체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아이폰 등을 구동하는 기기 운영체제(OS)에 AI 기능을 도입한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오전 개막한 연례 행사인 '세계 개발자 회의(WWD 24)'에서 이 같은 내용의 AI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는 참석했지만, 무대에는 오르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자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고, 차기 운영체제인 'iOS 18'에 AI 기능을 대폭 탑재했다고 공개했다.
◆'음성 AI' 시리, '디바이스 AI'로 진화…"획기적 게임 체인저 될 것"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면서 "손 안에 있는 개인 지능 시스템으로 출시와 함께 획기적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애플이 이를 통해 앞으로 아이폰·아이패드·맥북·애플워치 등 애플 기기에서 구동되는 모든 AI 기능을 해당 이름으로 브랜딩하고, 종류를 늘려가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이는 우리가 오랫동안 노력해 온 순간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며 "강력한 생성형 AI 모델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OS에 심는다. AI는 언어와 이미지, 행동은 물론, 개인적인 맥락을 이해해준다"고 설명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텍스트를 요약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사용자가 필요할 때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AI 기능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 서비스에서 선보인 온디바이스 형태로 제공되며 개인정보는 따로 수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온디바이스는 그동안 클라우드에 연결돼 데이터와 연산을 지원받았던 기존 클라우드 기반 AI에서 벗어나 기기 자체에 탑재돼 직접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수석 부사장은 “이는 시리가 단순 ‘음성 AI’가 아닌 ‘디바이스 AI’로 진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매개변수 30억개 수준의 소규모 언어 모델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스마트폰·태블릿·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게 구현해주겠다는 것이다.
애플이 공개한 시연 영상에서 시리는 “스테이시가 뉴욕에서 핑크 코트 입고 찍은 사진을 찾아줄래”라는 질문에 사진첩에서 정확한 사진을 찾아줬다. 이 기능은 기존에 구글, MS가 내놓았던 AI 기능과 유사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간 기능으로 관심을 끈다. “그 사진을 스테이시의 연락처 프로필로 정해줘”라고 하자 AI가 자동으로 이를 수행했고, “장노출로 사진을 찍고 싶은데, 그 모드로 카메라를 실행해달라”고 하자 복잡한 카메라 설정을 한번에 맞춰줬다. 문자를 오늘 써서 내일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질문에는 별도로 사용법을 안내해줬다.
엄마가 언제 공항에 도착하는 지를 물으니, 스마트폰 문자 앱으로 엄마가 보낸 비행평 스크린샷을 기억해 도착 시간도 알려주고 '언제 공항에 출발해야지'라고 물으면 소요시간까지 알려줬다.
이모티콘 생성 기능인 '젠모지' 기능도 관심을 모았다. 이 앱은 애플의 문자앱에서 온디바이스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의 간단한 설명이나 문자 내용에 디해 연어 베이글 샌드위치, 보드를 탄 공룡 등 이모티콘을 실시간으로 만들어준다.
애플은 아이패드에서는 애플펜슬로 복잡한 수식을 직접 써넣으면 바로 계산해주는 새로운 계산기 앱도 도입된다고 설명했다.
◆'챗GPT' 파트너십 공식 발표…오픈AI 언급은 자제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생성형 AI인 '챗GPT'를 대형 화면에 띄우며 오픈AI와 파트너십에 대해 공식 발표했다.
양사의 파트너십을 통해 챗GPT의 가장 최신 버전인 '챗GPT-4o(포오)'가 시리에 접목된다고 공개했다. 애플은 "올해 말 챗GPT-4o가 통합되고 다른 AI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챗GPT-4o가 도입된 것은 시리가 자체적으로 대답을 못할 경우, '챗GPT-4o에서 답변을 구할까요'라는 질문이 나오고 이를 선택하면 챗GPT-4o를 통해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아이폰 등 애플 기기에서 챗GPT를 이용하려면 계정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애플은 오픈AI의 챗GPT에 대해 설명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플은 2011년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를 선보여 시장을 이끌었지만, 이후 타사에 따라잡혀 큰 경쟁력을 갖지 못헀다. 이에 따라 챗GPT와 협력해 시리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