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8.12 15:44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3E 퀄테스트 통과를 사실상 앞두면서 현재 이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와의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3E 퀄테스트를 빠르면 3분기에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측은 HBM3E 매출 비중이 현재는 전체 HBM 매출의 10% 중반대이지만, 4분기에는 60% 수준까지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맞서 SK하이닉스는 HBM3E 중 12단 샘플을 지난 5월 고객사에 공급했으며, 3분기 양산을 시작해 4분기부터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설계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한 직원이 설계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퀄테스트 통과 시 HBM 1위 '가능성'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HBM3E 퀄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SK하이닉스를 넘어 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HBM3E 퀄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호재 요인으로 이어져, AI 반도체 사업 수주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할 것은 가정 사실"이라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능가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특히 삼성전자가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함으로써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며 "빅테크 기업들이 삼성전자에서 HBM 메모리를 구입할 뿐 아니라 AI 반도체 설계 주문을 맡기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회복되는 기회가 되면서 TSMC와의 격차를 더 줄이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패키징 서비스까지 다 제공하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주는 삼성전자를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사실상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김 부사장은 "모든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에 HBM3를 공급하고 있다"며 "고객사와 비밀 유지계약(NDA) 준수를 위해 해당 정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GPU 업체인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을 인정한 것이다. 

로이터는 지난달 25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3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의 HBM3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 중인 저사양 그래픽처리장치(GPU) H20에 탑재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김 부사장은 "HBM3E 8단 제품은 전 분기 초 양산 램프업(생산량 확대) 준비와 함께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고, 고객사 평가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3분기 중 양산 공급이 본격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50% 중반 상승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3.5배를 상회하는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상반기에 비해 3배 이상 성장을 예상하는 것은 엔비디아에 조만간 HBM3E를 공급하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에 제공하는 HBM3E는 8단 및 12단 제품에 대해 퀄테스트가 동시에 진행 중인데, 삼성전자가 8단은 물론 12단 제품까지 엔비디아에 공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삼성전자 퀄테스트 통과가 임박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 4분기부터 엔비디아는 물론 AMD, 아마존, 구글 등에 HBM3E를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바겐세일 중으로, 매력적인 진입 시점이다. 하반기에 HBM 사업 본궤도에 진입해 내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서승연 DB금융 연구원은 "빅테크들의 AI 설비투자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HBM3E 공급 확대로 삼성전자의 하반기 본격적인 HBM 시장 진입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HBM3E 공급에 변수가 많은 만큼 올해 내로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면 SK하이닉스를 넘어서지는 않더라도 SK하이닉스와 버금가는 주도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비해 2~3배의 생산 능력을 갖춘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 전경.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12단  HBM 공급으로 주도권 수성 나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부터 HBM3E 제품을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에 공급한 데 이어 12단 HBM3E 제품도 지난 3월 고객사에 샘플을 전달한 상황이어서 연내 고객사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12단 수요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 내년 상반기에는 12단 공급량이 8단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당초 12단 HBM3E는 당초 삼성전자가 지난 2월 SK하이닉스보다 빨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12단 제품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상반기에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이 무산되면서 12단 제품도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액 중 HBM 비중이 지난해 한 자릿수에 그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 20%를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4분기에 39%에 달하고, 내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내년부터 5세대 HBM인 HBM3E 소비량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전체 물량의 85%를 소비할 계획이어서 SK하이닉스 HBM 판매량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액 내 HBM 비중은 1분기 15%에서 2분기에 20%로 추정된다"며 "상반기에는 분기당 5%포인트가 상승했지만, 하반기에는 10%포인트씩 확대될 것이다. 3분기 HBM의 매출 비중이 30%대를, 4분기에는 4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HBM 설계 역량 리더십으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고객사 다변화에도 경쟁사 대비 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미국 내 HBM 생산기지 공장에서 양산을 어떻게 해나갈 지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에 반도체 보조금 4억5000만달러를 제공하고 5억달러의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재무부는 SK하이닉스가 미국서 투자하는 금액의 최대 25%까지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어서, SK하이닉스의 미국 사업이 더욱 큰 힘을 받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을 HBM 차세대 제품 생산을 위한 첨단 패키징 공장으로 정하고, 이곳에 39억7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패키징은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것을 뜻한다. 즉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칩을 연결해 제품 성능과 효율을 개선하는 데 있어 패키징 공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SK하이닉스는 한국서 회로를 그리는 전 공정을 마친 HBM 웨이퍼를 이곳에 가져와 완제품을 생산하는 생산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생산은 2028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또한 최근 늘어나고 있는 HBM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용인 클러스터와 충북 청주 M15X 공장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미국에서 첫 보조금을 받기로 했는데, 액수가 당초 기대치를 넘어서는 만큼, 미국에서 추가 투자를 요구할 수 있어, 추자 투자를 단행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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