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8.24 08:00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블랙웰 기반의 AI 가속기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블랙웰 기반의 AI 가속기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엔비디아가 연이은 악재에 부딪혔다. 애플이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엔비디아 대신 구글 칩을 선택한 데 이어,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출시가 3개월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련 업계는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의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수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블랙웰 출시 지연 전망이 잇따르자, 엔비디아 경영진이 조만간 출시 시기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형 GPU 출시가 지연될 경우 SK하이닉스가 공급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엔비디아의 HBM3E 퀄테스트를 진행 중인 삼성전자 역시 공급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보다 앞서 애플이 엔비디아를 포기하고 구글로부터 AI 칩을 도입한 것도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에 악재가 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가 비싼 가격에 공급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의 AI 칩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엔비디아는 미국 및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반독점 조사까지 받게 돼 더욱 큰 악재에 노출되어 있다. 

◆엔비디아 경영진 '블랙웰' 출시 지연 입장 발표할 듯

다수의 해외 IT매체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다른 1곳의 클라우드 업체에 AI 칩 신제품인 '블랙웰 B200'의 생산 지연을 통보했다. 당초 예상보다 최대 3개월 출시를 늦추는 것으로, 생산과정에서 뒤늦게 발견한 문제 때문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연례 개발자콘퍼런스(GTC)에서 B200이 연내 출시될 것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IT 전문 매체인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는 현재 반도체 생산업체인 TSMC와 새로운 테스트 작업을 진행 중인데, 내년 1분기까지 이 칩의 대규모 출하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다소 연기될 수는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다.

투자 전문지 모틀리풀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출시는 예정보다 4~6주 정도 늦춰지는 데 그칠 것"이라며 "고객사 대다수는 이에 대한 영향을 거의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의 출시 지연에 대한 우려가 과장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시 연기설을 넘어 애플이 엔비디아를 포기하고 구글 AI 칩을 선택한 것은 새로운 변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많은 빅테크 기업이 AI 학습에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해 왔지만, 추론에는 더 저렴한 AI 칩 사용이 가능해 추론에 초점을 맞춘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AI 추론에 특화된 AI 가속기 '마하-1'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의 구글 AI 칩을 선택하면서 추론 칩 시장이 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GPU 대신 구글 등 다른 업체의 칩을 구입하게 되면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약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GPU 'H-100'.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엔비디아의 GPU 'H-100'. (출처=엔비디아 홈페이지)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 실적 예고…악재 푸는 열쇠 될까

무엇보다 업계의 관심은 이달 28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2분기(5~7월) 실적 발표에 쏠린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AI 칩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이어진 만큼, 2분기에도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스트리트는 엔비디아가 내놓을 5∼7월 분기 매출이 287억달러(38조394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에서 1월까지 기록한 분기 221억달러(29조5720억원) 및 지난 2∼4월까지 달성한 분기 260억4000만달러(34조8441억원) 매출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마켓워치는 또 일부 애널리스트는 300억달러(40조149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2분기 실적은 앞서 거론한 악재를 풀어줄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엔비디아가 자사의 GPU 고객을 뺏기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AI 반도체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한 만큼 차량용 반도체, 가전 등 향후 쓰이지 않을 분야가 없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많은 빅테크 기업이 추론 칩을 내놓고 있지만 아주 일부만 그쪽으로 넘어갈 뿐, 대세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며 "엔비디아의 '쿠다' 등 관련 소프트웨어를 쓰는 장점이 커 다른 선택을 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이미 쿠다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수많은 엔지니어 및 개발자들이 쿠다로 교육을 받고 있다. GPU를 사용하는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쿠다 관련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엔비디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블랙웰 생산이 지연된다는 보도가 있지만 루머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며 "만약 블랙웰 생산이 지연된다고 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AI 학습을 위해서는 엔비디아 GPU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블랙웰 출시가 늦어지면 HBM3E 공급이 늦어질 수는 있지만,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애널리스트들도 블랙웰 출시 지연 가능성에도 엔비디아 주식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토시야 하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블랙웰의 출시 지연으로 단기적으로는 펀더멘털에 약간의 변동성이 생길 수 있지만, 향후 몇 주 동안 공급망 데이터와 함께 경영진의 발표가 나오면서 엔비디아의 내년 실적에 대한 확신이 더 커질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어떤 정보를 내놓든 블랙웰의 출시 지연이 내년 실적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빅테크 기업들이 지속해서 GPU에 대한 자본 지출을 늘릴 전망이어서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명확하다"며 "엔비디아가 현재 경쟁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블랙웰 출시가 3개월 지연돼도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투자회사 TD코웬도 "블랙웰 출시에 일부 지연이 있더라도 내년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을 견인하는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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