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4.09.30 13:50

한세경 경북대 전기공학과 교수

한세경 경북대 전기공학과 교수.
한세경 경북대 전기공학과 교수.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 중 하나인 자동차는 지난 세기 동안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바로 전기차의 시대다. 환경 문제와 에너지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의 장점은 명확하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대기 오염 개선, 에너지 효율성 증대, 그리고 장기적인 운영 비용 절감 등이 대표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4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블룸버그 NEF의 분석은 2026년경에는 전기차의 생산 비용이 내연기관 차량과 동등해지는 가격 균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전기차 보급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전망 속에서도 전기차는 여전히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배터리 안전성, 충전 인프라 부족, 주행거리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배터리 화재 위험은 소비자들의 가장 큰 우려 사항 중 하나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중 '화재 및 폭발 위험'이 25.8%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우려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반복되어 온 현상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레드 플래그 법(Red Flag Act)'은 이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당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한 증기기관차에 대한 두려움으로, 차량 앞에서 빨간 깃발을 흔들며 경고하도록 한 이 법은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과도해 보이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의 불안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은 발전했고, 자동차는 안전장치와 제도의 보완을 통해 우리 삶의 필수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전기차 역시 이러한 과정을 겪고 있으며, 현재의 문제점들은 기술 발전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의 혁신적인 변화다. 과거에는 배터리를 단순한 부품으로 간주하고, 차량 내 로컬 장치인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이제는 'BMS-as-a-Service(BaaS)'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배터리 이상 진단과 전주기 관리가 가능해졌다. 이는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을 크게 향상시키는 동시에, 재사용과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여 전기차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충전 인프라 확대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 공용 충전기 수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약 170만개에 달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로 이러한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주행거리 문제도 개선되고 있는데, 최신 전기차 모델들은 이미 5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에너지 산업, 도시 계획, 환경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와 신재생 에너지를 결합한 V2G(Vehicle to Grid) 기술은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배터리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충전 속도를 개선하며, 안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충전 인프라의 확충과 함께 전력망의 안정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전기차 보급을 위한 보조금 정책,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 관련 법규의 정비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거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와 지원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그 이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동시에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기술 개발과 정책 수립에 반영해야 한다.

전기차의 미래는 밝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과 선택에 달려있다.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 사회적 합의가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전기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모빌리티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전기차가 가져올 변화는 단순히 자동차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방식과 도시의 모습,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전들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전기차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전기차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정책의 지원,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와 노력이 어우러질 때, 우리는 더 깨끗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다. 이제 그 여정의 한복판에 우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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