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0.01 08:00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전통적인 굴뚝 산업으로 불리는 정유업계가 인공지능(AI)을 사업 전반에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DX)에 나서고 있다. 제품 개발·생산 등에 AI를 적용해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생산성과 안전성을 잡는다는 구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공정 설비에 사용되는 자재 구매부터 탄소 배출 저감 솔루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자체 개발한 'AI 기반 자재 구매 분석 플랫폼'을 통해 구매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인 'EQR-180'을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한다. 공장 정비에 필요한 자재들의 구매 이력, 입찰 정보, 시장 동향 등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제공한다.
공장의 배관 교체가 필요할 경우 AI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배관과 특성이 유사한 원자재를 추천하고 자재별 가격 트렌드, 업체별 경쟁력, 견적 가격 등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자재 구매 프로세스를 제안한다. 기존 프로세스 대비 의사 결정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여 구매 과정의 리스크를 줄이고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EQR-180에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도 도입해 공장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배출되는 탄소를 관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연료, 전기, 스팀 등 제품 생산을 위해 공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배출되는 탄소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별 최적의 운영 조건을 제안한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을 위해 임직원 대상 정기적인 디지털 플랫폼 교육도 진행 중이며 안전 환경 관련 AI 기반 교육 플랫폼 등의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역 AI 기업인 딥아이(DEEP AI)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정유·석유화학 공정은 안전 운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엔지니어가 정비 여부를 판단한다. 초음파를 이용해 결함을 찾는 비파괴 검사가 대표적이며, 주로 열교환기 결함 검사에 사용된다.
열교환기는 울산 CLX에만 약 7000기, 울산 산업단지 내 약 3만기가 존재하는 설비로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 제품 생산 시 온도 조절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문제는 정유·석유화학 설비 노후화 및 혹독한 운전 환경으로 인해 균열·부식·마모가 잦다는 데 있다. 설비 고장 원인의 약 80% 이상이 열교환기 내 튜브 손상이다.
초음파로 촬영한 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결함을 찾아내는 이 기술은 정확도가 95% 이상이며 검사 시간도 90% 이상 줄일 수 있다. SK는 울산 CLX에서 현장 실증을 통해 전면 적용한 후 울산 정유·석유화학 단지로 확대하는 등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이 자체 개발한 설비자산 관리 시스템 '오션-H'의 사업화도 성공했다. 오션-H는 지난 60여 년간 정유·석유화학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로 다양한 상황에 최적화된 방법으로 활용하게 구현한 모델이다.
지난해 초 시스템을 상업화한 후 현재까지 울산 지역 정유·석유화학업체 5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해 약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은 스마트비계시스템, 스마트작업허가서 등 자체 개발 제품군을 확대하며 AI 기술을 접목해 편의성 및 정확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25일 '제7차 서울 공급관리 콘퍼런스'에서 AI 기반 디지털 구매시스템을 혁신 사례로 소개했다. 에쓰오일은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 구매 시스템에 AI 기술을 접목한 구매 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완료했다.
과거 10년 간의 내부 구매 데이터와 원자재 등 외부 시장 가격 변동을 고려한 가격 및 수요 예측 모델을 구축해 최적의 조달 시점을 판단하는 등 구매 전략 수립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또 발주 자동화 품목 추천 기능을 활용, 장기계약 확대를 통해 공급망 불안정성에 대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정보기술(IT) 신기술을 바탕으로 전사적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공장, 디지털 마케팅, 스마트 워크 등 영역에 대한 디지털 전환 핵심과제를 완료했으며 올해부터 3년 간의 최신 기술 동향과 국내외 선진 사례를 조사 분석해 생산성 증대, 비용 절감 등 지속적인 효율성 개선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을 중심으로 전방위적 DX 추진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설비 통합관리, 공장 운전·생산 최적화, 탄소 저감, 안전 환경 분야에서 100여 건 이상의 DX 사례가 수행됐으며 올해는 데이터 분석모델 20건을 발굴·수행 중이다.
GS칼텍스 여수공장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80만개 이상의 장치·계기·배관 설비들을 효율적으로 유지·보수하기 위해서 설비관리 통합 플랫폼을 도입했다. 설비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데이터 분석 기반 설비관리 전략을 최적화해 공장 가동률 개선 효과 및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DX가 실제 임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내재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디지털 아카데미'도 운영 중이다. 데이터 분석과 모델링, 코딩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내부 전문가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또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는 'DX 데이'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정유 및 석유화학 업계에서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등대 공장' 인증을 추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