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0.02 18:00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한 달 전보다 18%가량 낮춰 잡았다. 상반기에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을 냈지만, 3분기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8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가 어떤 성적표를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81조4495억원, 영업이익 11조231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 달 전 영업이익 컨센서스 13조6606억원에서 17.8% 감소한 수치다.
특히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2분기(10조4439억원)보다 더 떨어져 10조원을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3분기 실적 전망 속속 하향…영업이익 10조대 지킬까
최근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13조2000억원에서 10조2000억원으로 22.6% 낮췄고, iM증권은 14조6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23.3% 내렸다. DS투자증권은 기존에 내놓았던 추정치에서 영업이익을 20% 하향 조정한 10조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하는 이유는 3분기에 성과급(PS) 약 1조5000억원이 일회성으로 반영됐으며,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 환입 규모가 2분기 대비 줄어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내놓은 '갤럭시 Z폴드·플립6' 등 스마트폰 판매가 지난해 대비 부진했으며, 구형 메모리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D램 제품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대한 우려 가중에 환율 영향도 더해졌다.
특히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파운드리·시스템LSI 등)는 적자를 벗지 못할 것으로 봤다. 상당수 증권사는 해당 부서가 3분기 5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세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파운드리 점유율은 11.5%를 기록해 62.3%를 기록한 TSMC와 격차가 1분기 50.7%포인트에서 50.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는 모건스탠리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비관론을 담은 '겨울은 늘 마지막에 웃는다' 보고서를 내놓은 후 '반도체 비관론'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비관론이 약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내놓을 경우, 비관론이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 D램 가격 정체기 돌입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3분기 각 사업부별로 반도체(DS) 사업부는 5조6000억원, 디바이스경험(DX) 사업부는 3조1000억원, 디스플레이(SDC)는 1조3000억원, 하만은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봤다. 또 신영증권은 DS 부문 5조6000억원, DX 부문 2조9000억원, SDC 1조4000억원, 하만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전망했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DS 사업부가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1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을 분야별로 따져보면 우선 반도체 사업에서는 레거시 수요 약세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파운드리 가동률이 하락되는 점이 실적에 크게 악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스마트폰 및 PC 고객사들의 재고 축적 수요가 감소하며 단기적으로 D램 가격 정체기에 돌입했다. 단기적인 상황 만 볼 때 레거시 D램 비중이 경쟁사 대비 높은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파운드리 및 LSI 사업이 2분기 실적에서는 연내 분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듯 했지만, 3분기 가동률 하락으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및 PC 수요가 분기 초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해 D램과 낸드 모두 최근 물량과 가격이 소폭 하향 조정됐다. 이는 고객사들의 재고가 단기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으로, 중장기적인 이슈는 아닐 것"이라며 "다만 메모리를 필두로 하는 원재료 부담 확대로 인한 영업이익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HBM 사업의 경우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만 SK하이닉스에 뒤지고 있고, AI 칩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한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해 HBM 경쟁력 입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증권사들은 내년부터 반도체 시장의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D램 생산능력의 약 30%를 HBM으로 전환하면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며 "D램 가격 상승이 가시화되는 내년부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 2세대 공정 수율이 불안정해 고객사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발 빠르게 도입하고자 했던 2나노 공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TSMC가 최근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과 협력에 나서면서 고객사를 더욱 확대하는 것과 대조된다.
또한 지난 1월 사상 첫 인공지능(AI) 폰인 '갤럭시 S24'가 출시 초기 판매 호조를 하반기까지 이어가지 못한 점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4일 '갤럭시 Z 폴드·플립6'를 내놓고 대대적인 판매에 나섰지만, 지난해에 비해 저조한 판매 성과를 기록했다. 폴드·플립5는 폴더블폰 역대 최고 실적인 사전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지만, 폴드·플립6의 사전 판매량은 91만대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4 FE'를 11월 1일 출시하는 등, 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의 경우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30.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VD 사업에서는 3분기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