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0.19 16: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김도환 전자담배총연합회 부회장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석호 기)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이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석호 기자)

[뉴스웍스=강석호 인턴기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이하 액상담배) 과세율이 가장 높다. 이러한 과세 부담으로 관련 사업자들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실정이다. 사업을 존속하기 위한 우회책 마련에 신경이 곤두서있으며, 현 과세 정책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가 '액상 담배 청정국'이 될 것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은 이러한 실정을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과세당국에 정당한 과세 책정을 촉구했다. 세계 담배 시장에서 액상담배가 대세로 떠오르는 추세에 우리나라만 역행하는 속사정이 무엇인지, 뉴스웍스는 최근 그를 만나 상세히 물었다.

-전자담배총연합회의 탄생 배경은.

"국내 액상담배 시장에는 총 4개의 협회(대한민국전자담배협회·한국전자담배협회·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전자담배협회)가 있었다. 그중 전자담배협회를 제외하고 활동 중인 3개의 협회가 모여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를 구성했다.

연합회를 구성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의 액상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한 사례가 발단이 됐다. 미국 10대 소년이 개인이 제조한 불법 액상대마를 흡입해 사망한 사건 때문이다. 사망 원인은 전자담배 사용 자체가 아니라 '액상대마'를 불법으로 구매한 것이지만, 마치 액상담배가 사망의 원인인 것처럼 호도됐다. 이때 난립했던 협회들이 힘을 합쳐 대응해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뜻을 모아 총연합회를 설립했다."

-액상담배는 궐련·궐련형 담배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먼저 궐련담배와 궐련형담배의 흡연 원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궐련은 담뱃잎을 종이로 말아 연소해 흡입하는 원리다. 궐련형담배는 담뱃잎을 곱게 갈아 고형물로 뭉쳐 말은 스틱을 전자기기에 꽂아 가열 후 흡입하는 방식이다. 액상담배는 니코틴이 섞인 액상을 솜에 적셔 코일을 통한 전기 가열로 수증기화 시키는 원리다. 액상담배와 궐련, 궐련형담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연소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담배를 정의하는 기준을 알아야 한다. 담배사업법 제2조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삼아 피우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는 등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한다. 궐련·궐련형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연소와 가열 과정을 거쳐 흡입하기에 담배로 명확하게 분류된다.

액상담배는 연소나 가열의 과정을 거치지 않지만, 증기로 흡입하는 측면에서 담배로 분류된다. 액상에 사용되는 니코틴은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이며, 현재 국내 액상담배 시장에서는 합성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이 유통되고 있다. 이처럼 흡입 방식과 니코틴의 종류가 담배 종류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형태가 다른 세 가지 담배는 세금 부과에 차이가 있나.

"부과해야 할 세금은 차이가 없다. 다만, 액상담배의 과세액에는 큰 차이가 있다. 세 가지 담배 모두 연초 한 개비의 니코틴 함량 기준을 토대로 '지방세법(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과 '국민건강증진기금', '개별소비세'가 부과된다.

문제는 액체 형태의 전자담배 액상이 과다한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액상 '한 병(30㎖)'의 세금은 1㎖당 1799원을 적용한다. 이는 약 12갑의 담뱃값 수준인 '5만3970원'이 부과되는 것이다. 세율이 정해진 니코틴 종류는 천연 니코틴과 줄기·뿌리 니코틴으로 한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과세 기준을 정할 때 국회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는 2010년 4월 액상담배 니코틴 세율을 정하고자 액상을 제조하지 않았던 KT&G의 의견을 수용했다. KT&G가 유일하게 흡입량 측정 장비를 보유한 점을 고려했다며 실험 결과치를 과세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결과치로 계산해 결정된 최초 세금은 액상 1㎖당 480.75원으로 환산됐다. 이는 1㎖당 담배 15개비의 수준이다.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는 해당 실험 결과와 세율 환산에 대해 "보다 과학적 엄밀성을 갖춘 기술 마련이 바람직하겠지만, 현재 전문 측정기관이 전무하다"고 기록해 국회의 결정이 비과학적이고 부족한 결과임을 자인했다. 처음 액상담배에 대한 니코틴 세율 기준을 측정할 때부터 액상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5만원 이상의 세금이 부과되는 실정이다."

대한민국과 주요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액은 최대 5배 가까이 차이난다. (자료제공=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대한민국과 주요국의 액상형 전자담배 과세액은 최대 5배 가까이 차이난다. (자료제공=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국회가 액상담배의 특징을 간과해 이러한 과세 결정을 내렸다고 보는가.

"담배를 소모하는 방식만 봐도 궐련·궐련형담배는 한 모금만 흡입하고 버릴 수 있다. 반대로 액상은 횟수에 상관없이 절대적 잔량이 보존된다. 즉, 액상담배를 일반 담배로 본다면 흡연 시 한 개비를 소모하지 않고 흡입 횟수로 소모하는 것이다.

흡연 습관에 따라 액상 한 병(30㎖)을 소모하는 기간도 천차만별이다. 사용자의 흡입량이나 횟수에 따라서 담배 한 개비를 소모하는 기간이 다르다. 흡입량 측정 장치로 정한 '1㎖=담배 15개비'는 명백히 잘못된 판단이다."

-5만원 이상의 세금이 매겨지면 액상담배에 대한 가격저항선이 크지 않나.

"세금을 온전히 내고 액상담배를 유통한다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 천연 니코틴에 대한 최초 세율이 정해지기 전에는 대량 생산해 둔 제품으로 몇 년간 공급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후 재고가 소진되자 '칵테일링' 방식을 적용한 무니코틴 액상과 희석 니코틴 판매라는 우회 전략을 꾀했다. 칵테일링 방식은 니코틴 액상을 무니코틴 액상과 희석 니코틴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병당 기존 소비자가인 2만~3만원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식약처가 '가습기 옥시 사태'를 계기로 조사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다시 어려워졌다. 가습기를 제외한 에어로졸 형태로 인체에 흡입되는 제품을 조사한 결과, 무(無)니코틴 액상은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다며, 2016년 11월부터 '흡연 습관 개선 보조제'라는 명칭으로 의약외품 규정을 시행했다.

의약외품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동물 시험과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약 40억원을 투자해야만 했다. 또 다시 난관에 처한 액상담배 업계는 방법을 찾아 담배의 잎이 아닌 줄기와 뿌리에서 니코틴을 추출했다. 담배 과세 대상을 피하면서 금액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이번엔 기재부에서 줄기 니코틴을 사용한 액상을 담배 과세 대상으로 지정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령을 내렸다. 2021년 1월부터는 줄기 니코틴도 세금이 적용된 것이다. 지금은 화학적으로 추출한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과세 대상을 피하는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2만~3만원대의 금액을 유지하고 있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이 가게 매대를 정리 중이다. (사진=강석호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부회장이 가게 매대를 정리 중이다. (사진=강석호 기자)

-결국 과세 대상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 아닌가.

"국내 액상담배 시장이 편법을 사용해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을 관련 업계도 인정하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합리적인 세율과 방식으로 액삼담배가 담배로 분류돼 규제에 따르고 싶어 한다. 1㎖당 세금 부과하는 종량세가 아닌, 한 병에 대한 부과 방식인 종가세로 변환해 세율 기준을 명확하게 잡아낸다면 업계가 잇따른 우회책을 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물가지수가 흡사한 이탈리아는 2014년부터 약 1500억원의 세수를 기대하며 액상담배 기기와 액상 제품의 소매가에 58.5% 소비세를 도입했다. 결과는 시장의 80%가 붕괴됐다. 확보된 세수 역시 1500억원의 약 2% 수준인 40억원에 그쳤다.

결국 이탈리아 정부는 과세 정책의 실수를 인정하고 개정에 나섰다. 2015년 액상 소매가의 1㎖당 562원의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약 1300억원의 세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미 액상담배 시장은 철저히 무너진 뒤였다. 정부의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액상을 자체 제조하는 '어둠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세수는 45억원에 그쳤다.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당 110원으로 세금 부과액을 더욱 낮췄고, 액상담배 시장이 성장일로에 접어들면서 2018년 기준 67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종가세를 통한 담배 정의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액상담배는 궐련과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과세 차별이 이뤄지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과세 부담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면서 음지 시장을 조장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납득이 어려울뿐더러, 모종의 이유가 작동한다는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속한 정책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