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4.11.10 16:5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10일 반환점을 맞았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3중고와 대외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변수가 겹친 가운데 개별경제 지표는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내수침체와 경제성장율이 주춤하는 등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앞으로 후반기 임기 동안 풀어야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윤 대통령 '세일즈 외교' 원전 수출로 이어져

임기 전반기 윤 대통령은 '탈원전' 종식에 성공했다. 현재 중단됐던 모든 원전 건설은 재개됐다. 신한울 3·4호기 착공, 신한울 1·2호기 준공도 이뤄졌다. 고리 2·3·4호, 한울 1·2호, 한빛 1·2호, 월성 2·3·4호 등 기존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운전 절차도 모두 개시됐다. 

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 실현 노력을 이어왔다. 2022년 7월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1월에는 제10차 전력계획을 통해 원전 산업 정상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앞서 문재인 전 정부는 취임 5개월 만에 원전 6기 건설 백지화를 선언하며 탈원전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신한울 1·2호기는 완공 이후에도 운영 허가를 받지 못해 수년간 상업운전이 지연됐다.

인공지능(AI) 활용, 첨단산업 육성 등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탈원전을 추진했던 국가들도 원전 생태계 복원에 한창이다. 이에 글로벌 원전 시장 규모는 오는 2036년이면 1500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과 2027년까지 원전 설비 10조원 수출이라는 세부 목표도 세웠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도 원전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UAE 이후 15년 만에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불가리아 원전 수주에도 성공했다. 불가리아 원전은 1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외에도 이집트 엘다바, 루마니아 등 4조원 규모의 원전 수출 성과를 이뤄냈다. 

아울러 정부는 2024년까지 8조7000억원 규모의 원전 일감을 발주하고, 1조원 규모의 금융·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원전 산업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다.

또 새 정부가 들어올 때마다 원전 정책이 변동되지 않도록 '원전산업지원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원전 산업의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하고 생태계 고도화 등 이행 계획도 반영해 '2050 중장기 원전 산업 로드맵'도 수립·추진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한일관계 정상화…한·미·일 동맹관계 확고

12년 만의 한일관계 정상화도 윤 정부의 전반기 업적으로 꼽힌다.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당시 한일 관계는 경색된 상태였다. 2018년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살아 있다고 판결하면서 양국 관계는 파탄 수준에 이르렀다. 

일본은 지난 2019년 7월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문재인 당시 정부는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으며 친정부 인사들은 '반일감정'을 앞세워 대응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은 꼬여버린 두 나라의 관계는 풀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미래 세대에 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관점에서 한일관계 정상화를 추진했다. 기성세대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양국 미래 세대에게 역사의 짐을 족쇄처럼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일관계가 한 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함께 노력해서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양국이 정치 외교 갈등에서 벗어나면 과열된 미중 경쟁, 중국의 팽창주의, 글로벌 공급망 위기, 북핵 위협 등 위기에서 공동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해법을 내놨다. 일본 기업이 직접 배상하지 않고 한국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지원재단'이 기부금을 모아 피해자들에게 대신 배상금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후 일본은 지난 2023년 3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풀었다. 12년 만에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가 재개되면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됐고 협력이 가속화됐다. 같은해 6월에는 일본 화이트리스트에 한국이 다시 재지정됐다. 12월에는 100억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 스와프가 체결됐다.

현재 양국은 여행객 왕래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출입국 간소화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쿠데타 사태, 지난해 10월 하마스-이스라엘 분쟁 충돌 사태 당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양국 국민들을 구출해 주면서 우호를 과시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미국 존 F 케네디 재단으로부터 2023년 '용기 있는 사람들 상'을 공동 수상했다. 캐롤라인 케네디 명예회장은 "한일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결단을 내리고 이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킨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재단은 1990년부터 민주주의·인권 등 가치 수호를 위해 용기 있는 리더십을 발휘한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이 상을 수여해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지난 5월 21일 한미일 정상이 히로시마에서 만나서 짧지만 한미일 정상회담을 했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5월 21일 한미일 정상이 히로시마에서 만나서 짧지만 한미일 정상회담을 했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개선된 한일 관계를 발판으로 한미일 동맹도 굳건해 졌다. 한미일은 지난해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통해 '캠프 데이비드 정신'과 '캠프 데이비드 원칙', '3자협의 공약' 등 3건을 결과물로 채택한 바 있다.

한미일은 매년 3국 정상회의와 외교부 장관(3회), 국방부 장관(3회), 안보실장(1회) 회의를 연례화했고, 산업 장관과 재무장관 회의를 최초로 개최하는 등 고위급 협의체를 확장했다. 특히 정상 포함 각급 회의를 통해 한미일 간 돈독한 유대관계 형성, 핵심 가치와 경제력·기술력을 토대로 한 3국 협력의 시너지 효과 창출 등의 성과도 냈다.

윤 대통령은 개선된 한일 관계가 국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양국의 기업인들이 양국의 관계 정상화로 체감되는 여건이 조성돼 기업들 간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 민관이 힘을 합쳐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어 한일 관계가 국민들의 삶에 더 보탬이 되는, 체감하는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경기부진·내수침체…후반기 경제성장 관건

한편, 경제 지표상 회복세에 돌입했지만 여전한 체감 경기 부진 등은 난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S&P는 오는 2026년 한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지난해 15~64세 고용률은 69.2%로 최고치를 나타냈고, 실업률은 2.7%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수출은 역대 가장 많은 6836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 다시 역대 최고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내수는 얼어붙었다. 내수 상황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3분기 기준 100.7(2020=100)로 작년동분기대비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1995년 1분기 이후 최장기간 마이너스 행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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