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1.12 15:19

[뉴스웍스=박성민 기자] "무슨 스포츠 예능이 이렇게 많아?"
기자가 집에서 TV 채널을 돌리다 문득 든 생각이다.
철인 3종에 도전하는 '무쇠소년단'부터, 여자 축구의 대명사가 된 '골 때리는 그녀들',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뭉쳐야 찬다'까지. 방송사를 막론하고 이제 스포츠 예능은 빼놓을 수 없는 '대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 예능이 성행하자, 간접광고(PPL)에 뛰어드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골 때리는 그녀들 물품을 공식 후원하는 아디다스부터 무쇠소년단에서 단백질 보충 식품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릴리까지 업종과 분야도 다양하다.
금융권에서는 NH투자증권이 현역에서 은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선수들과 현역 대학리그 및 독립리그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자사 '나무증권'의 가상광고와 PPL, 제작 지원 배너 등을 프로그램 중간중간마다 노출하고 있다.
야구 경기의 특성상 가장 자주 노출되는 포수 뒤편에는 경기장에 따라 '투자, 시작은 나무', '해외주식은 나무증권'이라는 문구의 NH투자증권 광고판을 볼 수 있다.
OTT를 통해 최강야구를 시청하던 기자는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포수 뒷편에 위치한 '나무증권' 광고가 방송 시작 후 일정 시간이 지나니 모자이크 처리됐다. 분명 공식 스폰서인데, 블러 처리가 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결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내 방송 PPL 규정에 따르면 PPL은 해당 방송 프로그램 전체 송출 시간 중 100분의 5 이상 노출이 불가능하다.
최강야구의 러닝타임이 대략 2시간 30분(150분) 즈음이니, PPL은 약 7분 30초 정도만 노출이 가능한 셈이다. 이에 방송 중간부터는 NH '나무증권'의 광고는 강제로 블러 처리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모자이크를 한다고 해서 홍보효과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NH투자증권의 최강야구 PPL 모자이크 처리는 투명도가 얕은 편에 속해 형체와 글자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최강야구 애청자라는 기자의 한 지인은 "최강야구를 시청하다 나무증권이 NH투자증권의 브랜드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히려 얕은 모자이크가 시청자와 소비자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조지 레이코프의 유명 저서 중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이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할수록 코끼리가 자꾸 생각나게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은 최강야구 스폰서쉽을 진행하며 본방송이 있는 월·화요일과 특정 이벤트 기간에 '나무증권' 연관 검색량이 평균 대비 16~2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벤트 참여 고객 중 신규 고객 비중이 10~20%를 차지할 만큼 신규 계좌 개설 효과도 눈에 띄게 나타났다.
지나친 과장 광고를 방지하려 모자이크 처리된 PPL이 오히려 홍보 효과를 불러온다니. 참으로 흥미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