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11.24 18: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가 삼성전자 위기론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상명대)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가 삼성전자 위기론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상명대)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최근 반도체 시장의 핫이슈는 단연 '고대역폭메모리(HBM)'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만년 1위인 삼성전자가 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하면서 향후 반도체 시장 구도에 큰 변화를 예고해 더욱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HBM3E는 아직 엔비디아의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의 품질테스트에서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진전을 확보했고, 4분기 중 판매 확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뉴스웍스는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를 만나 삼성전자 위기론의 원인과 전망, HBM 시장 현황,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한 HBM3E 12단 신제품.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HBM3E 12단 제품. (사진제공=SK하이닉스)

-최근 '삼성전자 위기론'이 크게 확산했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삼성전자의 고정적인 수익원으로 볼 수 있는 메모리 제품, D램·낸드 범용 제품의 호황기가 짧아지면서 사이클도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가격 면에서도 중국 업체가 치고 올라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HBM 부문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좋지 않은 실적을 내고 있고, 파운드리 사업은 적자인데, TSMC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3가지 요인이 빨리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위기론'에서 벗어날 뚜렷한 소재가 안 보이는 상황이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화두는 HBM이다.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AI 가속기는 고성능, 고대역폭 HBM 메모리가 꼭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두 프리미엄을 가지고 HBM에 초집중하고 있다. 당분간 HBM 시장을 SK하이닉스가 지배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HBM3E의 퀄테스트를 빨리 통과하고 '물량 확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삼성전자가 뒤지기는 했지만, SK하이닉스와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3분기 컨콜에서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을 시사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 물량은 당분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HBM 공급 물량이 SK하이닉스 대비 얼마나 되고, 언제 확대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데 기술력 면에서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경쟁력을 갖지 않는다면 이 같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는 특히 최근 인재들을 많이 모으면서 인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 엔지니어들이 SK하이닉스로 이동하고, 신입 사원들도 최근 SK하이닉스를 선호하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경력 인재에게 연봉을 더 많이 주고 데려오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D램 가격이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전환됐다. 낸드도 4분기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때 D램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줄면서 D램 및 낸드 가격이 진정됐다. 특히 중국 업체가 진입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D램 및 낸드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메모리 시장에서 무게 중심이 HBM으로 옮겨가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HBM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률이 30~40%인데, 삼성전자는 반도체(DS) 영업이익률이 10%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그런 부분이다."

-반도체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하나.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HBM과 서버용 SSD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기존 D램 제품 등은 감소세인 것이 맞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이 불황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AI 반도체에 대한 희망적인 부분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내년에는 AI 반도체 응용 분야가 더 다양해진다. AI가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쪽에 많이 적용되는 등 AI 반도체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챗GPT로 시작돼 AI 반도체 시장 성장이 촉발됐으며, 내년에도 호조세는 계속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물량을 얼마나 따라올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일단 SK하이닉스가 1등 프리미엄의 장점을 발휘해 HBM 시장이 더 커진다고 봐야 한다. 사실 불황에 대한 우려보다는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창신반도체·양쯔메모리가 성장세를 보인다. 중국 정부에서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국내 업체와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회복을 못 하고 있다. TSMC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보나. 

"당초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서 치고 올라오려고 했지만, 3나노 공정 GAA 수율이 저조한 수준을 기록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에서 치고 나갈 수 없었다. GAA 공정에서 물량을 늘려 레거시 공정도 확대하려고 했는데, 수율 문제가 발생하다 보니 끌고 나가지를 못했다. 당장 수율 개선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TSMC는 파운드리 사업에만 초집중하며 생산라인도 신규 건설하는 상황이다. 당분간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가 HBM 시장 현황,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사진제공=상명대)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가 HBM 시장 현황,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사진제공=상명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파운드리를 분사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신 '원스톱 턴키 서비스'를 내세웠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적자인 상태에서 바로 흑자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파운드리 사업 분사는 '몇 년 있다가 죽으라'는 뜻과 다름없는 말이다. 턴키 서비스의 경우 HBM 메모리, 반도체 자체 설계, 패키징까지 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데, 이것이 삼성전자의 강점이어서 이를 살리려고 할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AI 반도체 사업이 활황을 보이는 상황인 만큼 기회는 있다고 본다. TSMC가 중국 화웨이에 물량을 공급해 미국이 언짢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점유율을 늘릴 기회는 반드시 존재한다."

-반면, 야심 차게 재도전했던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를 결정하지 않았나.

"인텔은 너무 어려워서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한 것이다. 중앙처리장치(CPU)를 팔아서 번 돈을 파운드리에 투자했는데,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안 되면 버릴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하는 듯하다. 파운드리는 고객 중심 사업으로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고객 신뢰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버텨줘야 하는데 분사하면 버티는 게 어렵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버텨야 하는데, 과연 버틸 수 있겠느냐라는 의문이 든다."

-많은 기업이 추론 칩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시장 영향력은 계속된다고 보는가.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AMD 등이 경쟁을 할 수 있는데 AMD가 따라오기에는 긴 시간이 걸린다. AI 가속기가 AI 산업의 주류가 되면서 주도적 역할을 엔비디아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수요는 엄청난 만큼, 엔비디아의 지배력은 확고하다. GPU에 버금가는 하드웨어가 등장해 경쟁력을 갖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GPU를 AI 가속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인력 유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 중국에서 10배의 몸값을 주고 국내 인재들을 데려간다는 얘기도 들린다. 

"HBM 인력이 필요한 만큼, 현역 인력을 어떻게 든 빼가려고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이 노골적으로 연봉을 많이 주고 혜택도 더 주며 HBM 관련 엔지니어들을 빼가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2년간은 동종 업계로 옮기지 못하게 돼 있지만,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인지 많이 이동하는 것을 봤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조직문화를 잘 관리하고, 직원들의 사기 저하도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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