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1.26 14:52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롯데쇼핑이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본격화하면서 매각가가 2000억원대 안팎을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고금리 추세가 여전하면서 매각 희망가로 거론되는 3000억원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편에서는 지난 2004년 롯데와 신세계가 경쟁한 해운대구 토지 입찰이 재조명되고 있다. 롯데의 최저입찰가 실착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시각이다.
26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각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최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자문사로 선정하며 매각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다만 롯데쇼핑 관계자는 "매각 자문사를 선정한 것은 맞지만, 점포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 중에 하나일 뿐"이라며 "올해 무신사 스탠다드 입점과 같이 대대적인 MD 개편이 이뤄진 상황"이라고 여지를 뒀다. 매각을 최우선에 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이다.
올해 롯데 센텀시티점은 역대 최저치 매출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3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334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에는 전년 대비 약 19% 매출 하락이 일어났고, 올해는 상황이 더욱 나빠져 1000억원대 매출마저 위협받는 처지다.
더욱이 롯데 센텀시티점은 맞은편에 자리한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위세에 갈수록 압도되는 형국이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매출은 2조51억원으로 롯데 센텀시티점과의 매출 격차를 15배까지 벌렸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한 다양한 하이엔드 브랜드 입점부터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내세워 부산 해운대구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롯데 센텀시티점이 이에 맞서려면 규모 증대와 같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투자 집행마저 쉽지 않은 처지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6월 부산시에 롯데 센텀시티점 '실시계획(지구단위계획) 용도변경'을 신청했지만 여전히 부산시 허가를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 센텀시티점 공실을 실내체육시설과 공유오피스, 의료시설로 채우려는 자구안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종합했을 때, 결국은 양사가 20년 전에 맞붙었던 부지 입찰 경쟁이 명운을 갈랐다는 평가다. 신세계는 2004년에 진행된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도심위락단지(UEC) 부지 약 7만5742㎡(약 2만2900평)의 경쟁입찰에서 롯데를 따돌린 바 있다. 입찰 마감일에 1330억원을 제시하는 기습적인 투자로 세간의 예상을 깨뜨렸다.
당시 시장에서는 해당 부지의 유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롯데가 재입찰을 기다린 뒤, 최저입찰가를 제시해 부지를 획득할 것이란 시나리오였다. 부산 지역은 '롯데 천하'라 불릴 정도로 경쟁사의 진출이 쉽지 않았기에 신세계가 본입찰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뜨린 신세계의 일격이 롯데에게 뼈아픈 결과로 돌아오면서 최저입찰가 노림수가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됐다.
업계에서는 만약 롯데 센텀시티점이 매각된다면 주거용 오피스텔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최근 정부의 오피스텔 주거 용도 규제 폐지에 힘입어 신규 오피스텔 준공 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해운대구는 부산을 넘어 국내 대표 부촌으로 각광 받고 있다.
신세계가 롯데 센텀시티점을 인수해 별도 명품관을 만드는 방법도 거론된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시설 재단장 과정을 대폭 생략할 수 있어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다. 하지만, 양사가 유통업계 맞수이자 오랫동안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 협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편, 롯데쇼핑은 이번 롯데 센텀시티점 외에도 관악점·상인점·분당점·일산점·대구점 등 적자 점포 10여 곳을 정리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과 폐점, 용도변경 등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 전국 백화점 매출 꼴지인 롯데 마산점은 올해 6월 폐점에 나선 바 있다. 향후 전국 32개 점포에 대한 대단위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현대백화점(16곳)과 신세계백화점(13곳) 수준까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롯데쇼핑의 자본총계는 10조6486억원, 부채총계는 20조2703억원, 자산총계는 30조9190억원, 이익잉여금은 8조5123억원이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할 때 자본과 자산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 2014년 3분기 자본총계는 17조4113억원, 부채총계는 21조6407억원, 자산총계는 39조521억원, 이익잉여금은 12조3046억원으로 나타난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는 지난달 말 '롯데백화점 비전 2030'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13곳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6조6000억원대 매출을 거둬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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