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4.12.03 08:58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 HBM 수출 통제는 이달 31일부로 적용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다. 많은 연산을 빠르게 해야 하는 AI 가속기를 가동하기 위한 필수적 부품으로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에 진출해 있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 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 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이번 수출 통제를 적용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는 삼성전자가 이번 통제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량이 미국 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어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상무부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도 발표했다. 상무부는 또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특정 반도체 장비와 관련 부품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만드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상무부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총 33개 국가가 이에 해당하는 반면, 한국은 명단에 없다. 따라서 한국 기업이 수출 허가 면제 국가에 소재한 기업과 중국 시장에서 경쟁할 때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