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4.12.20 18:23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제철)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이어 수입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AD)' 제소를 추진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전날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AD 조사를 신청했다. 이는 현대제철이 지난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신청한 데 이어, 5개월 만에 수입 열연강판에 대해 제소 카드를 꺼낸 것이다. 

현대제철은 반덤핑 제소 배경에 대해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저가 수입산 철강재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철강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며 "미국과 EU 등 주요 선진국이 관세 정책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자유무역이 약화하고, 보호무역주의와 경제 블록화가 심화함에 따라 한국도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제소는 저가 수입 철강 제품으로 인해 무너진 국내 철강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얇게 펴 만든 철판 형태의 반제품이다. 그 자체로도 사용되지만, 후공정을 통해 자동차용 강판, 강관재, 건축 자재 등으로 만들어져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된다.

중국과 일본은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열연강판을 해외에 저가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293만톤으로, 전년 동기(334만톤) 대비 12.3% 감소했다. 이 중 일본산이 약 155만톤, 중국산이 약 135만톤으로 두 나라가 수입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입 열연강판은 국내산보다 약 30%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현재 국내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톤당 70만원대로, 4년 내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해 톤당 80만~90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수입량도 급증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약 200만톤대 중반을 유지하던 수입량은 지난해 360만톤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 제품. (출처=현대제철 홈페이지)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 제품. (출처=현대제철 홈페이지)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는 후판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열연강판은 다양한 철강 제품의 원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관세 부과 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중소 제강사, 유통업체 등 실수요자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특히 대형 철강사와 중소·중견 철강사 간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소·중견 철강사는 수입 열연강판을 원자재로 사용해 후공정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때문에, 관세 부과로 인한 원가 상승은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제소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철강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해 중국과 일본산 주요 원자재의 구매 선택이 일부 제한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열연강판뿐만 아니라 철근과 강관 등 다른 철강 품목으로도 반덤핑 관세가 확대된다면, 수입 저가 범용 제품의 범람을 제한해 내수 시장의 가격 안정화와 국산 제품 판매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무역위원회에 제출된 반덤핑 조사 신청 건수는 10건으로,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 중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가 각각 4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철강 분야에서는 포스코의 ▲중국·인도네시아·대만산 스테인리스강 평판압연 ▲베트남산 스테인리스강 냉간압연, 디케이씨의 ▲중국산 스테인리스강 후판, 현대제철의 ▲중국산 탄소강 및 그밖의 합금강 열간압연 후판 등이다. 

산업부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보호 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 구제 제도를 개선하고, 무역 구제 조치 효과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우회덤핑 방지 제도의 시행과 제3국 우회 수출 대상 범위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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