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1.10 12:48
전날 교섭서 노조에 2개년 치 성과금 통합 지급 제시
노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납득할만한 안 제시해야"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현대제철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올해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교섭안을 노동조합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와 고환율 등 불황에 생존 전략을 우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전날 '2024 임금 및 단체교섭'에서 임금 인상과 경영 성과금 등의 내용이 담긴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임금을 10만원 인상하고, 2024년과 2025년도 단체교섭 성과금을 통합해 2025년 단체교섭에서 논의 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성과금은 전년도 경영 실적에 기반해 지급되는데, 이번 현대제철의 제시안은 2023년과 지난해 2년 치 경영 성과에 대한 성과금을 올해 지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올해 성과금은 지급되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해당 제시안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현대제철은 2023년 성과금도 아직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임단협을 통해 ▲기본급 4.65% 인상▲경영성과금 400%+1000만원 ▲품질 향상 격려금 500만원+주식 20주 등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뒤 이를 타결한 바 있다. 이후 현대모비스와 기아도 이를 기준점으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사측은 교섭안에서 "중국의 철강 제품 저가 수출과 건설산업 침체, 환율 급등 등으로 지난해 철강산업이 경영 위기를 겪었고 올해도 지속 중"이라며 "실적 부진 속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사업 조정을 이어가고 있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장기화와 중국발 철강 제품이 국내로 대거 유입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24년 영업이익은 ▲1분기 558억원 ▲2분기 980억원 ▲3분기 515억원으로, 전년 대비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는 소식지를 통해 "현장 조합원과 노조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2024년 요구안을 2025년과 병합해 지급하자는 안을 제시할 수 있느냐"며 "오는 16일까지 납득할만한 전향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명절 전 총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포항 2공장 폐쇄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사측은 국내 철강 수요 감소로 효율이 떨어지는 포항 2공장을 폐쇄할 예정이었으나, 고용 문제를 앞세운 노조의 반발로 결국 형강 제품만 생산하고, 기존 4조 2교대에서 2조 2교대로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최근 미국에 제철소 투자를 검토한다고 밝힌 가운데, 노조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향후 노사 교섭에서 미국 제철소 투자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돌출될 경우 갈등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 IRA 폐지 가능성에…현대차그룹, 관세 대응 美 제철소 건설 검토
- 현대제철, 中·日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시장은 엇갈린 평가
- 현대제철, 포항 2공장 폐쇄 추진 검토…中 저가 공세·내수 부진 여파
- 현대차그룹 계열사 임단협 진통…트랜시스 이어 제철·위아 '파업 위기'
- 현대제철, 3분기 영업익 1년 전보다 77.4% 줄어
- 현대제철 노사, 임단협 두고 진통…노조 파업 찬반투표중
- 현대제철·동국제강, 철근 감산 결정…건설경기 부진 여파
- 현대제철 노조, 정의선 자택 앞 1인 시위…'양재동 가이드라인' 불만
- 현대제철, 지난해 영업익 3144억…전년比 60.6%↓
- 현대제철, 노조 총파업으로 생산 중단
- 현대제철 '기본급 400%+1000만원' 성과급 제안…노조 거부 이유는
- 현대제철 노사 '강 대 강' 대치…부분·일시 파업 vs 부분 직장폐쇄
-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직장폐쇄 해제…노조도 부분파업 철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