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18 14:00
IRA 종료 시한 기존보다 6년 앞당겨져…AMPC도 1년 단축돼
전문가들 "이미 예견된 것…완성차보다 배터리 쪽 타격" 예상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미국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지난 12일(현지시간)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2026년 말 종료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법안을 공개했다. 기존 종료 시점 2032년 말보다 6년 앞당겨진 안이다.
또한 지난 2009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20만대를 넘는 기업(테슬라·GM·현대차 등)은 올해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현지 생산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온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IRA는 북미 최종 조립과 핵심 광물·배터리 원산지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납세자에 최대 7500달러(약 1043만원)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법안이다. 법안이 폐지될 경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상업용 전기차와 중고 전기차에 대한 세금 공제도 올해까지만 제공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 공장(HMGMA)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서 해당 차종의 본격적인 현지 생산을 시작하며 요건을 충족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 1월부터 ▲현대차 아이오닉 5, 아이오닉 9 ▲기아 EV6, EV9 ▲제네시스 GV70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리스·렌트 방식으로 판매된 차량은 생산지와 무관하게 공제를 받을 수 있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 확대로 대응할 전망이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올해 초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는 예전 트럼프 정부 때부터 결정했던 일"이라며 "IRA나 인센티브 때문에 미국에 투자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이르면 9월부터 보조금이 축소될 수 있다고 보고 그 기준으로 시나리오 수립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내부에서 수입차 관세(25%) 부과에 소비자·제조사·부품사 간 부담 비율 조정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배터리 업계다. 전기차 세액 공제가 조기에 종료되면 전기차 수요가 줄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현지에 진출한 배터리업체들이 의존해 온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의 조기 종료 가능성도 제기됐다. 공화당이 내놓은 법안에 따르면 AMPC 종료 시점이 당초 2033년 초에서 2031년 말로 앞당겨질 수 있다.
AMPC는 미국 내 생산된 배터리 셀·모듈에 대해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다. 국내 배터리 3사는 AMPC를 통해 수천억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받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AMPC로만 4577억원을 수령해 37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IRA 세액 공제액을 제외하면 1분기 830억원 적자다. 삼성SDI(1094억원)와 SK온(1708억원)도 공제를 받았으나 적자를 기록, 제도 축소 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폐지가 현실화하면 완성차 업계보다 배터리 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완성차는 리스·렌트 등 우회방식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이어갈 수 있지만, AMPC는 배터리 업체에 직접 지원되는 만큼 영향이 크다"며 "배터리 업체들이 완성차로부터 납품단가 인하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도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기아는 IRA 도입 이전부터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해 온 만큼, 세액공제가 줄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정책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전기차의 수요가 줄더라도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으로 대체가 가능해 피해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이 처음 우려됐던 수준보다는 완화된 형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 제기됐던 AMPC 전면 폐지에 비해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다. 또 법안에 '금지된 외국 단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을 경우 AMPC를 받을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돼 중국 기업에는 불리하지만, 한국 기업에 상대적 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권은경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조사연구실 실장은 "보조금 일부 축소는 현실화할 수 있으나, 법안의 실제 통과 여부는 주마다 다른 이해관계로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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