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5.19 11:25
포스코퓨처엠·삼성SDI·한화에어로 유증에 소액주주 성토
이재명도 주주 권익 보호 주장…"하려면 현실 맞게 해야"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올해 들어 삼성SDI·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포스코퓨처엠도 조단위 규모 유상증자를 감행한 가운데, 신속한 상법 개정안 시행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기업들이 목적과 절차를 떠나서 큰 규모의 유증을 '올빼미 공시'할 경우, 미처 투자 판단을 못한 소액주주들은 눈 뜨고 손해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주당 11만3900원으로 최근 기습 유증 발표 이후, 안정화된 모습이다.
앞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13일 장마감 후 1조1001억원 규모의 유증을 발표했는데, 이튿날 주가는 주당 11만2500원으로 전일 대비 5.46% 하락 마감했다. 전 영업일(16일) 종가 기준으로는 주당 11만1000원까지 떨어졌었다. 지난 2023년 7월 주당 68만4000원까지 갔던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전기자동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태였다.
증권가에서는 포스코퓨처엠 유증이 전기차 캐즘에 따른 유동성 위기 극복 및 투자 등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필요한 절차였고, 중장기적으로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보고는 있다. 처음부터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신주 전량을 전격 인수하는 등, 그룹 차원의 희생을 밝힌 것도 앞서 조 단위 유증을 단행한 삼성SDI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는 다른 점이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반복된 유증 사례가 주주와의 사전교감 없이 장마감 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서 삼성SDI가 지난 3월 14일 2조원 규모의 유증을 발표한 데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20일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치인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정했다.
삼성SDI는 장 개시 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 마감 후 관련 사안을 공시했는데 모두 사전조율 없이 이뤄지면서 이후 주주들의 질타가 이어졌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주주 권익이 훼손될 가능성이 큰 유증을 집중적으로 심사하겠다는 중점 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감원 심사를 받는 상황에, 포스코퓨처엠도 중점 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두 차례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다. 금감원의 추가 정정 요구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유증 일정에는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수한 여론의 비판을 감내했고, 그룹까지 나서 유증의 당위성을 설명해야 했다.
물론, 불법도 아닌 유증을 금감원이 무소불위의 심사권을 휘두르도록 해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게 타당한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 경영학과 교수는 "유증에 부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나, 불특정 시점에 '기업이 어려우니 대승적 차원에서 본인 권리를 좀 포기해달라'는 경우가 잦으면 어떤 주주가 좋게 보겠나. 절차를 좀 더 투명하게 할 필요는 있다"면서 "유력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주주 권익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처리를 강력히 주장하는 만큼 기업 차원에서 대비 성격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후보는 ▲회사로만 규정된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자회사 상장 시 일반 주주 보호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했으나, 한덕수 전 대통령권한대행이 거부권을 발동하는 바람에 폐기됐다.
그러나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려고 해도, 재벌가나 오너의 입김이 센 국내에 정착되기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상법 개정안에는 충실 의무 대상의 기준이 무엇이고, 구체적인 이행 방법은 제시하고 있지 않다"며 "이 경우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대기업은 회사의 이익을 고려했다면서 올빼미 유증 공시를 해도 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다. 법 개정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