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현준 기자
  • 입력 2025.05.21 18:36

작년에도 유사 사고 발생…일부 선수들 보이콧 조짐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현대 N 페스티벌' 시즌 개막전. '금호 아반떼 N 컵 N1 클래스 결승'에서 차량들이 출발선을 힘차게 통과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현대 N 페스티벌' 시즌 개막전. '금호 아반떼 N 컵 N1 클래스 결승'에서 차량들이 출발선을 힘차게 통과하고 있다. (사진=정현준 기자)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지난 18일 현대자동차가 주최한 '2025 현대 N 페스티벌'에서 브레이크 결함이 의심되는 추돌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이후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보이콧 움직임까지 감지되면서 대회 운영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N 페스티벌 N2 클래스 마스터즈 결승 경기 중 7 랩에서 17번 강신홍 선수의 차량이 외벽과 충돌한 것을 시작으로 42번 정재호 선수, 76번 신일경 선수의 차량이 연쇄적으로 추돌하면서 3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신 선수 차량에서는 화재까지 발생했는데, 이 사고로 척추뼈 골절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사고의 원인으로 HL만도가 공급한 'N 퍼포먼스 4P 브레이크 시스템'의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브레이크는 현대차 '아반떼 N'에 장착되는 고성능 브레이크로, N 페스티벌 출전 차량에 필수로 장착된다. 참가자들은 해당 브레이크 시스템의 열관리 성능이 부족해 고속 주행 중 제동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페스티벌 N2 클래스 마스터즈 결승' 경기 중 7 랩에서 3중 추돌 사고가 일어났다. (출처=현대 N 페스티벌 유튜브 영상 갈무리)

HL만도는 현대차그룹의 주요 브레이크 시스템 공급업체로, 현대차 고성능 N 브랜드 차량을 포함해 다양한 현대·기아차에 브레이크를 납품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유튜버 황용섭 씨는 19일 자신의 채널을 통해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브레이크 제동이 되지 않아 사고를 겪었다"며 "이번에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압력이 '0 Bar'로 기록된 데이터 로거를 제시하며, 브레이크 결함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지난해 용인 경기에서도 동일한 이슈가 발생해 일시적으로 현대차 순정 1P 브레이크로 회귀한 바 있지만, 다시 4P 시스템이 기본 장비로 복귀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4P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뛰어나지만, 높은 열 발생으로 인해 냉각 성능이 확보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유튜버 윤성로 씨는 "이번 사고로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이 다행이다. 선수들의 반복된 문제 제기에 주최 측이 더 귀를 기울였어야 한다"며 "N 페스티벌이 일반인도 참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대회인 만큼, 브레이크 시스템의 냉각 성능 개선이나 제동력이 다소 낮더라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완전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 N 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지난 19일 스포츠 이벤트 정보 프로그램 스포티티(Sportity) 앱을 통해 발표한 공식 입장. (출처=스포티티 앱)​
​현대 N 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지난 19일 스포츠 이벤트 정보 프로그램 스포티티(Sportity) 앱을 통해 발표한 공식 입장. (출처=스포티티 앱)​

현대 N 페스티벌 조직위원회는 사고 직후 지난 19일 스포츠 이벤트 정보 프로그램 스포티티(Sportity) 앱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확한 경위를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겠다"며 "문제가 확인되면 근본적인 개선 및 보완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HL만도 관계자는 "특정 부품이 아닌 복합요소(냉각성능·주행상황·차량 컨디션 등)에 영향을 받는 건으로, 자동차에서 정확한 사고 발생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브레이크 결함 문제는 심각한 이슈"라며 "주최 측은 부품사의 품질 문제와 코스 설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했다"고 말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브레이크 결함 여부는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없이는 확인할 수 없다"며 "현재 EDR 오작동을 검증할 법적 장치가 없고,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와 블랙박스 의무화 관련 법안 발의가 통과되면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자동차 페달에 영상 기록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음에도 차량이 멈추지 않은 경우, 페달 영상 기록이 사고 원인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0~2022년 사이 급발진 의심 사고는 766건 발생했지만, 급발진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사진제공=현대차)

일본 정부는 2028년 9월부터 신형 자동차를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탑재 의무화를 추진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이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의무화된 사례는 없다. 현재 관련 장치를 기본 탑재한 차량은 지난해 7월 출시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이 유일하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