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6.17 09:53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삼성전자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이 전부 모여 17일부터 사흘간 머리를 맞대고 하반기 사업 전략 구상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회의에서 오는 7월 10일 90일간 유예됐던 미국 상호관세가 다시 부활하게 되고, 품목관세에 대한 우려는 물론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의 부진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에 대해 집중 토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스마트폰·가전 등 핵심 사업 부문의 중장기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19일까지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12월 열리는 연례 회의로, 부문별 당면 과제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회의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주재로 진행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매년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며, 사후 보고를 통해 내용을 전달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은 17일 모바일경험(MX)사업부, 18일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사업부, 19일 전사 순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18일 회의를 개최한다.
DS 부문의 최대 화두는 잃어버린 '반도체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 지에 초점을 맞춘다. 삼성전자는 지난 33년간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지켜왔지만, 1분기에 SK하이닉스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준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지 못하면서, SK하이닉스와 격차는 매우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다시 12단 HBM3E 퀄테스트 통과를 추진함과 동시에 HBM4에서 리더십을 탈환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특히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1위인 대만 TSMC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중국 SMIC와 시장 점유율 격차가 1%포인트대로 좁혀졌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3나노에서 저조한 수율로 TSMC에 크게 뒤졌지만, 2나노에서는 TSMC에 비해 먼저 도입한 GAA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에서 오는 11월경 엑시노스 2600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파운드리 사업은 매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흑자 전환을 위한 전략과 수율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DX 부문 논의의 핵심은 '트럼프 관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스마트폰에 대해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상호관세가 다시 부과되면 베트남에서 46%라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으로 재점화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도 고민을 키우고 있다.
또 DA(가전) 분야에서도 미 상무부는 최근 철강 파생 제품 목록에 냉장고·건조기·세탁기·식기세척기·냉동고를 추가, 오는 23일부터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철강 분야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의 무역협정(USMCA) 개정안의 협상 진척사항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USMCA는 내년 개정되지만 당사국들은 올해 협상에 돌입, 연내 얼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 가전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USMCA 협상에 따른 빠른 대응이 필수적이다.
전사 부분에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M&A에 뛰어들었는데, 투자 성과에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오디오 전문기업 마시모,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업체 플랙트를 잇달아 인수하며 대형 인수합병(M&A)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스킬드AI 등 로봇사업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로봇 사업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가정용 인공지능(AI) 로봇인 '볼리'를 출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