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13 17:16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학위, 병역, 재산, 세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배 후보자 측은 의혹들에 대해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최할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해명과 투명한 자료 공개가 장관 임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연구요원 대체 복무 중 MBA·고소득
청년들은 배 후보자에 대한 병역 의혹을 주목하고 있다.
박정훈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배 후보자가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공개하며 병역 부실 복무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배 후보자는 2003년 9월 25일부터 2008년 5월 2일까지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이행했다고 밝혔으나, 이 기간 중 미국 컬럼비아서던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2004년 10월~2005년 1월), 미국 스탠퍼드대 어드밴스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과정(2006년)을 수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광운대에서 박사 학위(2003년 3월~2006년 8월)를 취득했다.
박 의원은 이러한 학위 및 과정 수료가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경영·행정 중심 교육이며, 과학기술 연구와는 무관한 자기계발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프로그램 수료 등이 중첩돼 실질적인 복무 이행 여부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하며 "국가가 고급 연구인력 양성을 위해 특별히 선발한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개인 커리어 개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제도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적은 단순히 법적 요건 충족 여부를 넘어,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본래 취지인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고급 연구인력 양성이라는 목적이 개인의 경력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비판으로 이해된다. 또 일반 청년들과의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져 국민적 박탈감을 심화시킬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배 후보자 측은 "병역 관련 전문연구원 복무를 충실하게 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청문회에서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소명 의지를 내비쳤다.
대체복무 중 '고액 근로소득'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최수진 국회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배 후보자가 박사과정을 밟는 도중 대체복무 회사에서 고액의 근로소득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배 후보자는 2004년 2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3R'이라는 기업에서 대체복무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1일 복무를 중단하고 2006년 2월 21일 수료 때까지 휴학 없이 박사과정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5년 박사과정 중이던 배 후보자는 3R로부터 근로소득 명목으로 4114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2004년 대체 복무했던 회사가 2005년 학생 때까지 (배 후보자에게) 돈을 연이어 지급한 배경도 의문이지만, 만약 근로했더라도 주간에 박사과정 수업을 들으면서 일까지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2005년 당시 저시급(2840원)과 근로자 평균 연봉(2668만원)을 고려할 때, 4114만원은 평균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고액이라는 것이다.
배 후보자가 2004년에는 근로 및 기타 항목으로 총 6300만원의 수입·소득을 올렸지만 국회에 제출한 소득금액 증명서상에는 소득발생처가 누락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배 후보자 측은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이기 때문에 제외했다"고 답변했다.
◆논문 표절 지적엔 '부정 행위 없음' 반박
과학기술 분야 정부부처 수장이 돼야 할 후보자가 표절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다수 언론 보도와 이공계 분야 교수들의 지적에 따르면 배 후보자의 박사학위 논문에 '자기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2005년 배 후보자가 미국 학회에 발표한 영문 논문의 한 챕터 전체(16쪽에서 29쪽까지)가 그의 박사 논문과 문장, 그림, 수식까지 똑같지만, 어떠한 출처 표기도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공계 교수들은 "규정이 명확하지 않던 시절에도 출처 표기를 지킨 사람은 있었다"며 "핵심 개념을 인용한 게 아니라 통째로 옮겨 쓴 건 문제로 볼 수 있다", "명백한 자기 표절이자 중복 게재"라고 비판했다. 배 후보자 측은 "해당 논문들은 이미 충남대 연구윤리위원회에서 '부정행위 없음'으로 판단된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구체적인 소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의 고강도 주택담보대출 규제 정책 발표 직전에 고액 아파트를 매입하고 대출을 받은 것을 두고 부동산 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배 후보자는 지난 3월 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전용 106㎡ 아파트를 41억5000만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잔금일인 6월 10일 NH농협은행을 통해 7억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6월 28일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등 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기 직전이다. 일각에서는 배 후보자가 부동산 정책을 사전에 인지하고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배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실거주 목적이었다"며 "주택 매매계약은 3월 5일 체결했고, 대출 규제 정책 발표를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이전에 10년을 거주하고 이사할 때가 돼서 이사한 것이지 어떤 정보를 갖고 이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모 두고 부양가족 vs 독립생계 '갈지자' 행보
세금을 아끼기 위해 상황에 따라 부모를 부양가족이라고 했다가 독립 생계를 하고 있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공직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수진 의원은 배 후보자가 부모의 연간 소득이 인적공제 요건을 초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소득공제와 경로우대를 부당하게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배 후보자의 부모는 지난해 기준 연금 936만8310원을 수령했으며, 이 중 과세 대상 소득금액은 107만원이었다. 현행 소득세법상 만 60세 이상 부양가족의 연간 소득이 100만원 이하일 때만 기본공제를 허용하는데, 이를 초과한 것이다.
최 의원은 "부양가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부모를 인적공제 신청한 것은 현행 소득세법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뒤늦게 허위신고를 정정한 것도 장관 인선을 의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 후보자 측은 "지난해 연말정산 과정에서 잘못 신청한 것은 맞으나 올해 5월 정정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부양가족 공제 요건을 초과했음에도 공제를 신청한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장관 지명 이후 뒤늦게 정정 조치한 점과 배 후보자의 부모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재산신고 고지를 거부한 것은 투명성 부족과 의도적인 정보 은폐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커 보인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배 후보자의 미성년 장녀(만 13세)가 약 1억원 규모의 예금,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회자되고 있다. 장녀 명의의 증권은 8549만원에 달한다. 미국 나스닥 기업인 메타 주식 2104만원, 마이크로소프트 주식 798만원, LG AI연구소와 핀테크 업체 크래프트테크놀로지가 함께 만든 'LG QRAFT AI-Powered U.S Large Cap Core 상장지수펀드(ETF)' 5646만원 어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 후보자가 장관 지명 전까지 LG AI연구원장으로 재직한 것과 미성년 자녀의 고액 자산 형성을 종합해 보면 LG 관련 ETF 보유가 잠재적인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배 후보자 측은 "자녀에게 1억원을 증여한 후 증여세를 납부하고,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 목적으로 증권사 직원에게 추천받아 주식을 매수했다"고 해명했다. 증여세 776만원은 2021년 11월에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 후보자가 장관 지명 후에도 기업에 재직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논란도 불거졌다. 과기정통부는 8일 "배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LG AI연구원에서 퇴직 처리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