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5.07.14 16:01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관리자 과정 교육생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관리자 과정 교육생에게 특강을 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신입 5급 공무원들과 만나 "공직자는 어쩌면 작은 신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며 공직자의 막중한 책임과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공직자의 재량·권력에 대해 "여러분 손에 들린 펜, 업무는 세상에 폭풍을 일으키는 파초선 같다"며 "잘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국민과 함께 만든다'라는 주제로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한 예비 사무관 3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강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특강은 이 대통령이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고, 예비 공직자와 소통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 마련됐다. 예비 사무관을 대상으로 한 대통령 특강은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특강에서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재임 시절의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교육생들과 나누며 국민주권시대를 만들기 위한 공직자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를 '작은 신'에 빗대며 "다른 사람들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관계된 일을 하기 때문에 여러분의 판단, 행동에 따라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여러분의 손에 의해서 아이들 껴안고 이 세상 떠나버려야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직자들이기 때문에 여러분 손에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중국 고전 '서유기'에 등장하는 파초선을 예로 들며 공직자의 작은 결정 하나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파초선이) 마녀한테는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에 불과한데 한 번 부칠 때마다 세상에 폭풍우가 일고 태풍이 불고 천지가 개벽한다. 이게 권력이다"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권력은 나의 의지를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힘이지만, 대신 같은 양의 책임이 따른다"며 "여러분의 손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공직자의 기본 자세를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은 본인이 공직자를 발탁하는 기준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방향'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 기본 자세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관리자 과정 교육생에게 특강을 하기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5급 신임관리자 과정 교육생에게 특강을 하기 전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아울러 이 대통령은 "공무원이 스스로 선의를 갖고 한 일에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와 풍토를 꼭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직 공무원은) 해야 되는 일, 하면 안 되는 일 빼고,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이리 해도 되고, 저리 해도 되고, 재량이 너무 많고 넓다"며 "재량 범위 내에서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이면 그게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실패하면 '너 왜 그렇게 결정했어'라 책임을 묻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다 보니 공직자들이 의무 주어진 일 외에 책임질 여지가 있는 일은 절대로 안 하기로 마음 먹기 시작했다"며 "이러면 그 사회가 경직된다. 이게 지금 현재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강에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서 예비 사무관들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청년 정책, MZ세대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 방향, 조직에서 사랑받는 막내가 되는 법 등을 질문하며 공직자로서의 포부와 각오를 밝혔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국민이 반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는 한 예비 사무관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나는 집단 지성에 대한 신뢰가 높다. 결국 국민들은 다 보고 느끼고 있다"며 "서로 다른 의견을 토론을 통해 차이를 좁히고 조정하되, 결국 조정이 안되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단할 힘을 국민이 준 게 바로 권력"이라고 밝혔다. 

이날 특강에서는 과거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을 경험한 한 예비 사무관의 질문이 눈길을 끌었다. 10년 전 고등학생이던 시절,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공원화 사업에 대해 질문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지금은 공원이 완공되어 잘 이용하고 있으며 감사하다는 발언에 이 대통령은 크게 반가워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고속화도로를 지하화해 공원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주민 한 분이 기존 도로 위를 덮어 공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주셔서 성공했다"며 "국민의 의견을 많이 들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그게 바로 집단 지성의 힘"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특강에는 제70기 신임관리자과정 교육생 305명 외에도 연원정 인사혁신처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권혁기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등이 자리했다.

특강 이후 이 대통령과 예비 사무관들은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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