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7.17 23:22

최근의 사례다. A라는 업체가 B라는 중개 플랫폼에 입점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A업체는 특정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업체로 서비스 견적을 요청하는 고객들에게 견적을 보내 상담과 거래를 진행한다.
A업체와 거래를 한 고객들은 좋은 후기를 남겼고, 그 후기를 본 예비 고객들은 A업체를 신뢰하고 더 많이 선택하는 선순환 구조를 창출했다. A업체는 본업을 잘 수행하는 것은 물론, 소위 '악성' 민원인들의 요구도 모두 받아줄 정도로 리뷰 관리에 힘썼다. 결국 동종 업종 중 실적과 리뷰 평가 모두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에 계정이 중단되면서 고객 상담이 중단되고 로그인 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 날벼락을 맞은 A업체는 사태 해결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고객센터가 마감된 이후라 다음 날에야 B플랫폼과 연락이 닿는다.
A업체는 무슨 이유로 계정이 차단됐냐고 물었고, B플랫폼은 "C업체에 대한 고객 민원 다수 발생"이라는 이유로 계정을 중단했다고 답했다. 이에 A업체는 "C업체는 모르는 업체"라고 해명했고, B플랫폼은 "A업체가 속한 D계정에 속한 다른 업체"라며 C업체의 존재를 설명했다.
A업체는 "D계정과 C업체 모두 무관하다"며 D계정을 A업체로 변경해주던지, A업체에 대해서만이라도 정지를 해제해달라고 수차례에 걸쳐 해명하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B플랫폼은 A업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영구정지를 통보한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은 B플랫폼의 독특한 운영방식에서 비롯된다. B플랫폼에서 특정 명의의 계정을 만들면 그 계정에 여러 명의 사업자를 등록할 수 있었다. 과거 A업체 직원이 계정을 관리했고 상담을 위한 휴대폰 등록 중 명의가 A업체에서 이 직원으로 변경됐다. 이 직원은 A업체 퇴사 이후에 D계정에다 C업체를 등록한 것이다. 명의변경 및 사업자 추가 과정에서 A업체는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결국 A업체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법원에 명의변경 등을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 통지를 받은 B플랫폼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명의변경을 해준다.
비단 이런 사례는 B플랫폼에 그치지 않는다. B플랫폼과 비슷한 중개 플랫폼인 E플랫폼에서도 입점업체가 상담 중인 오후 6시경에 갑자기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문자를 보낸 뒤 계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어떤 행위가 부적절한 언행인지 물어도 E플랫폼은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계정 회복이 불가능한 영구정지를 당하면서 해당 입점업체는 E플랫폼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서는 중이다.
최근 중개 플랫폼을 중심으로 '갑질'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교롭게도 전혀 다른 플랫폼인데 '오후 6시쯤 갑자기 계정이 중단된다', '중단 시 어떤 잘못을 했는지 정지 사유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는 공통된 피해사례가 포착된다. 지금까지 언론에서 중개 플랫폼과 관련된 문제는 주로 입점업체들의 '잠수', '먹튀' 등의 행위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주를 이뤘다. 입점업체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는 크게 다뤄진 적이 없다.
그러나 플랫폼에 나쁜 입점업체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좋은 평가를 받는 성실한 업체가 더 많다. 문제는 플랫폼이 언론보도를 의식한 것인지, 입점업체들에게 가혹한 처우를 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처우는 위 사례와 같이 일방적인 계정 정지다. 정확한 사유와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으며 마치 '니 죄를 니가 알렸다'는 추궁이다. 갑자기 생계가 중단된 입점업체들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찾아내 그 부분을 소명하거나, 도저히 소명할 거리를 못 찾으면 무슨 이유인지 알려달라고 한다. 플랫폼은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아 운이 좋으면 조치 감경, 운이 나쁘면 영구정지 통보를 받는 식이다.
일시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들은 그동안 거래를 못 하는 손실부터, 상담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계정 정지 상태를 보고서 해당 업체를 의심해 다른 업체를 찾기도 한다. 일시정지 손실만 해도 이렇게 막대한데 영구정지를 당하면 그 피해는 더욱 불어난다. 그동안 쌓아온 플랫폼 내 가장 큰 자산인 후기를 한순간에 날려버린다. 플랫폼도 후기를 날리는 것이 입점업체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잘 안다. 그래서 고객이 조금이라도 문제를 제기하면 플랫폼은 입점업체에게 계정정지와 영구정지가 될 수 있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아마도 플랫폼들의 이런 갑질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다. 업체들이 갑작스러운 정지를 당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계정 정지 조치가 법적으로도 정당할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플랫폼의 계정 정지 사유와 절차 등은 플랫폼 이용약관에 정해져 있다. 그런데 상당수 플랫폼 이용약관에서 계정 정지 전에 '상당한 기간을 정한 사전 통보'를 정하지 않고 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법률에 따른 사업자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의 행사 요건을 완화하면서 고객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는 약관 조항은 무효(같은 법 제9조 제3호)로 정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심사지침'도 "고객의 경미한 의무위반에 대하여 사업자가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최고 등의 절차 없이도 일방적으로 해제·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약관규제법에 위반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계정 정지가 가능한 약관은 약관법에 위반돼 무효며, 그에 기초해 이뤄진 계정 정지 조치도 무효다.
이뿐만 아니다. 소상공인들에게 중개 플랫폼의 의존도는 매우 커진 상황이다. 입점업체들은 좋은 후기를 받기 위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부터 일부 악성 민원인의 황당한 요구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쌓인 후기가 결국 더 많은 거래 성사로 이어져 시간이 지날수록 입점업체들의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는 급격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플랫폼에서 실적이 많고 리뷰가 좋은 우수업체일수록 특정 플랫폼 의존도가 100%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입점업체들의 플랫폼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계정 중단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거래상지위 남용성 거래거절'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플랫폼은 행정적 제재부터 금지청구, 민사상 손해배상 등의 민사적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중개 플랫폼이 소비자 피해를 입점업체들에 대한 가혹행위로 전가하는 것이 실체적으로도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최근 중개 플랫폼들의 책임 범위에 대해 논란이 많다.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며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플랫폼 거래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플랫폼은 '난 중개자일 뿐'이라며 면책을 주장한다.
현재 전자상거래법도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청약과 결제 등 거래에 관여하는 경우가 아닌 한, 입점업체와 소비자간 분쟁에 대해 원칙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성실한 업체에 가혹한 조치를 취하면서 소비자와의 분란을 만들지 않게 사실상 강요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지 고민해볼 부분이다. 만약 입법의 공백이라고 여겨진다면 법 개정도 필요한 영역이라 생각된다.
중개 플랫폼 고객에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입점업체도 있다. 그동안 소비자의 목소리만 귀를 기울였다면 이제는 성실한 소상공인인 입점업체들의 목소리도 들을 필요가 있다. 플랫폼들도 입점업체들에게만 가혹한 조치를 하면서 언론의 비판을 면피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무거움을 느끼고 '게이트 키퍼(gate keeper)'로서 입점업체들에게만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으로 예전에 발의된 '온라인플랫폼법'이 이러한 부분까지 아우르는 입법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전민재 법무법인 트리니티 공정거래 전문변호사·가맹거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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