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5.07.29 14:05
여재천 대표 (사진제공=YJC컨설팅코리아)
여재천 대표 (사진제공=YJC컨설팅코리아)

한국은 혁신기술의 수용 속도가 빠른 나라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 투자 지원정책에 힘입어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등 바이오벤처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진입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 우위를 갖는 플랫폼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시장에서 과학기술이 기업 가치임이 증명되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수년간에 걸쳐서 기술특례 상장 등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이오 벤처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신약개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투자 자금의 대부분이 소진되면서 상장 유지 요건마저 갖추지 못해서 매물로 나오거나 상장폐지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 감소는 바이오벤처기업의 자금난이 주원인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투자환경 변화에 따라서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 시대는 끝났다. 오히려 대기업의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정부 지원보다 더 효율적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1993년 SK그룹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서 투자한 SK바이오팜이 자력으로 직접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FDA 판매 허가를 획득하는 등 FDA 승인 혁신 신약 2종을 보유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외신을 살펴보면 중국 기업이 사상 최초로 FDA에 신약 허가 승인을 받았다. 중국은 이미 2021년부터 글로벌 임상시험 건수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다국적 제약회사의 라이선스 거래의 3분의 1이 중국 기업과 이뤄지고 있다. 

중국 바이오테크놀로지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혹자는 중국 바이오가 성장한 것이 정부 주도의 정책으로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도 지금 바이오에 연구개발비를 집중투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중국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FDA 접근성 향상, 현지 투자 유치 등 이점을 가지고 있는 미국내 별도법인 설립을 통한 FDA 임상, 기업공개(IPO), 투자 유치 등을 추진하는 뉴코 모델을 정립하면서 미국 시장 내 입지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지 단순히 연구개발비의 정부 지원을 통해서 산업과 기업을 육성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하에서 딥테크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급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미션 중심의 정책 수립 및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기업 육성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신약개발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20년 전부터 산업 발전의 저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강화된 식약처의 포지티브 인허가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낙하산 전문가의 국가 위원회 자문역할이 없어져야 하고, 과학기술 또는 산업기술 담당 공무원의 재직 기간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학벌과 학연 위주의 파벌을 탈피, 전문가들이 정부 기관과 산업 일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확장돼야 한다.

[여재천 YJC컨설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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