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광하 기자
  • 입력 2025.07.31 14:00
감사원 현판. (사진=뉴스웍스 DB)
감사원 현판.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허위전세계약으로 여러 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편취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조성을 위해 은행이 주금공에 납부하는 출연금 부담이 차주에게 전가되고 있었다. 주택연금 월연금액 산정 변수가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설정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30일 이런 내용의 한국주택금융공사 기관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허위 전세 계약으로 여러 은행 전세 자금을 중복 대출받아 편취한 중복 대출 사기 의심 사례 48건(55억원), 단독 대출 사기 의심 사례 93건(104억원)을 확인했다.

감사원이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금공과 서울보증보험(SGI) 간에는 256건의 중복 보증 중 27건(33억원), 주금공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간에는 182건의 중복 보증 중 21건(22억원)이 대출 사기로 의심됐다. 하지만 주금공과 HUG, SGI는 서로 보증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중복 보증 여부를 확인할 기회를 잃었다.

주금공이 보증과 대위 변제한 6910건(4030억원) 중 허위 전세 계약 등을 통한 대출 사기 의심 사례는 93건(104억원)에 달했다. 주금공은 대위 변제 시 등기부 등본 확인을 소홀히 해 사기 적발 기회를 놓쳤다.

특히, 만 34세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공급하는 청년 전세 자금 보증의 보증 사고 발생률(2.4%, 2024년 6월 기준)이 다른 보증(0.63%)의 3배에 이르는데도, 질권 설정과 채권 양도 등 필요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아 채권 회수율(3.6%)이 현저히 저조했다. 다른 보증 상품(7.7%, 2023년)이나 다른 보증 기관(HUG 32.1%, SGI 31.9%)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감사원은 2018년 주금공에 부정 대출 고위험군에 대한 고발 규정 마련을 통보했지만, 주금공은 해당 규정을 마련해 놓고도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에 정보를 요청하지 않아 33건의 고발 검토 대상을 그대로 방치했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조성을 위해 은행이 주금공에 납부하는 출연금 부담이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통해 사실상 차주에게 전가되는 불합리한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었다.

주금공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주택 관련 대출의 일정 비율을 출연받아 기금을 조성하고 적정 배수 범위에서 신용보증을 공급한다. 주택 대출 증가로 출연금이 늘어나 2016년부터 기금에서 정부 일반회계로 1조4000억원을 전출하고도 기금 적립액의 여유 자금이 2016년 5조7000억원에서 2024년 10조7000억원으로 약 2배 늘었다. 하지만 주금공은 출연요율을 충분히 인하하지 않고, 출연 부담이 사실상 차주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유지했다.

노후 보장을 위한 주택연금의 월 연금액 산정 시 주요 변수가 가입자에게 다소 불리하게 설정된 사실도 확인됐다.

주요 변수는 주택 가격 상승률, 연금 산정 이자율(대출 이자율), 기대 수명 등 세 가지다. 그런데 주금공은 상승률이 더 낮은 전국 주택 가격 지수(부동산원, KB)만 반영하고, 가입자의 담보 주택과 유사성이 더 높은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 지수(부동산원)는 제외해 월 연금액을 과소 산정했다. 또한 코픽스(COFIX) 기준보다 높고 실제 시장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CD(양도성 예금 증서) 금리를 적용해 월 연금액을 과소 산정했다.

기대 수명의 경우, 만 60세 미만 가입자(또는 배우자)에 대해서는 기대 수명을 고려해 이미 월 연금액을 감액하고서도, 계약 해지 시 예상 손실 추정에 사용하는 주택 처분가율을 임의로 추가 적용해 월 연금액을 이중으로 감액했다. 이 외에도 주택연금 가입 시 부과하는 초기 보증료를 총 대출 한도가 아닌 담보 주택 시세를 기준으로 1.5%를 일률 부과해 형평성을 저해하는 점도 지적됐다.

주요 변수를 모두 개선하면 신규 가입자는 평균 월 6만원 가량 연금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에 따라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 인하 방안 등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주금공 사장에게 감사에서 확인된 허위 임대차 계약, 중복 보증 등을 통한 부정 대출이나 보증 혐의자와 부정 대출 위험군 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거쳐 고발하도록 통보했다. 아울러 주택연금 제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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