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광하 기자
  • 입력 2025.08.12 11:02
서울 지역 한 이동통신 상품 판매점에 있는 통신 3사 로고. (사진=박광하 기자)
서울 지역 한 이동통신 상품 판매점에 있는 통신 3사 로고. (사진=박광하 기자)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올해 2분기 국내 통신 3사의 실적이 엇갈렸다. SK텔레콤은 내부 시스템 해킹에 따른 대규모 고객 유심(USIM) 유출 사태로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AI) 활용이나 관련 사업 부문의 성과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3388억원, 영업이익 3383억원을 올렸지만, 순이익은 832억원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영업이익은 37.1%, 순이익은 무려 76.2%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실적 악화는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유심 해킹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유심 재발급과 대리점 손실 보상에 약 25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총 7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손실에는 가입자 83만명의 이탈에 따른 보상 비용과 보안 시스템 재구축 비용 등이 포함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해킹 사태와 관련해 수천억원대의 과징금 부과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개인정보 유출 사고 중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해킹 여파로 올해 연간 매출 전망을 17조8000억원에서 17조원으로 낮췄고, 영업이익 또한 전년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SK텔레콤은 AI 사업에서 반전의 기회를 찾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 늘어난 108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울산이나 구로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통해 2030년 이후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KT는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7조4270억원(지난해 동기 대비 13.5% 증가), 영업이익 1조148억원(지난해 동기 대비 105.4% 증가)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다. 성과는 무선 사업의 꾸준한 성장, AI 등 IT 사업의 강세, 자회사들의 실적 기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선 사업은 5G 가입자와 번호 이동 가입자가 모두 늘어 매출이 1.6% 증가했고, SK텔레콤 해킹 사태의 반사 이익으로 2분기에만 약 104만명의 무선 가입자가 순증하며 총 2749만명을 기록했다. AI 수요 증가에 힘입어 AI나 IT 관련 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8% 증가한 3176억원을 달성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는 서울 광진구 롯데이스트폴아파트 분양으로 3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는 강북본부 부지 개발에 따른 일회성 이익으로 보인다. KT클라우드 역시 AI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 사업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23% 증가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KT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대표AI 정예팀' 선발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을 겪었다. KT가 AI 사업에 집중하겠다며 본업인 통신업을 사실상 아웃소싱까지 했지만, 이번 탈락을 통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역량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KT는 탈락에도 불구하고 독자 개발 AI 모델 '믿음 2.0'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공동 개발 GPT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AI 사업에서 반전의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수익 3조8444억원(전년 동기 대비 10.0% 증가), 서비스수익 3조164억원(2.5% 증가), 영업이익 3045억원(19.9% 증가)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실적 개선은 자원 재배치, AI 활용 생산성 향상, 상품 차별화 전략, 가입자 성장에 따른 안정적 매출 확대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무선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3.8% 늘어난 1조6542억원을 기록했고, 총 무선 가입 회선은 2991만7000회선으로 3000만회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MVNO(알뜰폰) 가입회선은 898만7000회선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하며 6개 분기 연속 20% 이상 성장을 이뤘다.

스마트홈 사업은 초고속 인터넷 매출의 꾸준한 성장(6.7% 증가)에 힘입어 636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기업 인프라 사업 중 IDC(인터넷 데이터센터) 매출은 고객사 입주에 힘입어 5% 증가한 963억원을 기록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마케팅 비용은 단말 판매 증가로 소폭 늘었으나, 서비스 수익 대비 비중은 19.2%로 효율적인 집행 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설비투자(CAPEX)는 전년 대비 29.4% 감소한 3933억원을 집행해 비용 효율성을 높였다.

통신 3사의 실적은 SK텔레콤의 해킹 여파로 인한 순이익 급감과 KT, LG유플러스의 AI 기반 성장이 극명하게 대비되며 '음영 교차' 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업계는 AI가 통신사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 또한 대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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