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8.23 14:00
노란봉투법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 통과 유력
파업 찬반투표 앞둔 현대차 노조에 영향 우려

[뉴스웍스=안광석 기자] 자동차 및 조선업계 생산 현장에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 처리 가능성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해당 법은 노조 쟁의행위로 인한 기업 손실에 대한 노조 손해배상 책임 제한 등 노조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파업 카드까지 불사하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 노조에 하나의 명분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23일 윤석열 전 정부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상정한다. 국민의힘은 상정 즉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할 계획이지만,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 표결을 거쳐 강제 종료한 뒤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1일 본회의에서도 국민의힘 불참 속에 야당이 반대하는 방송 3법 중 하나인 방송문화진흥회법(MBC법)을 통과시켰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노조 손해배상 책임 제한이다. 법이 통과되면 사측은 파업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워진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도 노란봉투법 처리가 유력해지자, 과거 노조원들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일부를 철회하는 등 기존 강경 대응 기조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노조는 매년 파업이라는 카드를 더욱 부담 없이 꺼내 들 수 있게 된다.
또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하청업체 노동자가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원청업체와도 교섭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조선업계의 경우, 하청업체 노조가 원청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과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조선업 하청노조는 원청에 임금 지급 지지부진 및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어 매년 '크레인 시위' 등 과격한 행동을 되풀이해 왔다.

자동차와 조선업 모두 갈 길을 서둘러야 하는 시기에 노조의 임단협 요구가 대폭 확대되면서 생산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국내 산업계 노조 쟁의 활동의 기준이 되는 현대자동차 노조는 노란봉투법 처리 예정일인 25일 이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반수가 찬성하면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파업권을 사실상 임단협 협상 카드로만 활용해 왔다. 올해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7년 만에 분규가 발생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024년 기준으로 자동차 4대 중 1대를 미국에 팔았을 정도로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적용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품목관세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2일 발표한 1~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대미 수출은 ▲3월 27억8000만달러(-10.8%) ▲4월 28억9000만달러(-19.6%) ▲5월 25억2000만달러(27.1%) ▲6월 26억9000만달러(-16.0%) ▲7월 23억3000만달러(-4.6%)로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국내 자동차 대미 수출 물량 중 절반 이상이 현대차와 기아 물량이다.
미국과 자동차 관세 협상이 최근 타결되기는 했지만, 기존 무관세에서 15%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출 감소세가 불가피하다. 이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최대 실적만을 근거로 ▲정년 60세에서 64세로 연장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 도입 ▲통상임금 범위 확대 및 전 조합원 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조선노연의 요구안도 호황기 실적을 바탕으로 정년 연장 및 실적 비례 임금 인상,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현대차 노조 요구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조선사 측은 호황기인 것은 맞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수주량 감소 및 중국과의 경쟁 심화, 고정비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조선노연은 오는 29일까지 일정으로 사업장별 집중 교섭을 진행 중인데, 25일 노란봉투법 처리를 계기로 추가적인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의 경우, 경영계 주장대로 노사 간 갈등이 심화할지, 아니면 새로운 노사관계의 틀이 만들어지게 될지는 현장에서는 예측이 어렵다"면서도 "다만 조선업은 모처럼 호황기를 맞아 일감이 찬 상황인데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 파업으로 납기까지 늦어져 선주들의 신뢰를 잃게 되면 호황 사이클이 짧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 현대차보다 '짧게 일하고 더 달라'는 기아 노조…5년 무분규 이어갈까
- 현대차 노조, 올 임단협 교섭 결렬 선언…'7년 만의 파업' 가능성 고조
- 뜨거워지는 조선업계 '하투'…올해 키워드는 '정년 연장'
- 현대차·기아, 미국서 친환경차 누적 판매 150만대 달성
- 정청래 "노란봉투법 역사적 큰일…언론·사법개혁 9월 25일 성과낼 것"
- '임단협 난항' 현대차 노조, 오늘 파업 찬반투표…가결 무게
- 美 관세에 노란봉투법까지…'한국지엠 철수설' 무게 더하나
- 노란봉투법에 車·철강·조선 노사갈등 격화…일부 조항 개정 시급
- 여전한 제조업 노사갈등…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촉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