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08.30 14:15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제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제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6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스1)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김건희 여사의 구속기소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역대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상태로 재판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던 장면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는 각기 다른 태도로 수사와 재판에 임하고 있지만 공통으로 '달'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결백함을 달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구속기소 된 지난 29일 400자 분량의 의견을 통해 "저는 제게 주어진 길을 외면하지 않고 묵묵히 재판에 임하겠다"며 "앞으로도 그 어떤 혐의에 관해서든 특검 조사에 성실하게 출석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국민께 심려를 끼친 이 상황이 참으로 송구하고 매일이 괴로울 따름"이라면서 "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명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가 자신의 심정을 직접 외부에 밝힌 것은 지난 12일 구속된 이래 처음이다.

그는 지난 6일 특검 출범 이래 첫 피의자 소환조사 출석차 포토 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이렇게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수사를 잘 받고 나오겠다"고 밝힌 게 마지막 입장 표명이었다. 

김 여사 측 변호인단도 "'여사의 입'이 되어 향후 재판과 수사에 적극 임하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향후 특검과 법원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데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재구속된 후에 한 달 넘게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소환조사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이에 앞서 내란 특검팀은 세 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강제 인치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김건희 특검팀은 더 나아가 두 차례 체포영장을 집행하며 물리력까지 동원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온몸으로 저항하면서 중단됐다.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도 '건강상 이유'를 들며 5차례 연속 불출석해 재판은 궐석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내란 특검팀이 추가 기소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건은 윤 전 대통령 측 기일 변경 신청으로 공판 준비조차 못 하고 있다.

법무부는 윤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건강권 보장을 위해 적정한 의료 처우를 제공하고 있으며, 안질환을 포함해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두 사람은 이처럼 상반된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공통으로 '달'을 언급한 대목에는 이목이 쏠린다.

김 여사는 전날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이 저 역시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신의 무고함을 '달빛'에 빗대어 향후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입증해 보이겠다는 각오로 분석된다.

윤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4일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서 탄핵소추가 실체 없는 비상계엄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는 과정 중에 '달'을 언급했다.

그는 "정치인을 체포했다거나 누구를 끌어냈다거나 그런 일이 실제 발생했거나 현실적으로 발생할 일을 할만한 가능성이 높을 때 어떤 경위로 이뤄진 건지가 수사나 재판에서 이야기가 된다"며 "실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마치 호수 위에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연주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김 여사 소회를 접하고 보니 '달그림자'가 연상됐다"며 "사저로 들어가며 '다 이기고 돌아왔다'던 남편에 부창부수라고나 할까. 대통령과 영부인이라는 자리에서 도리에 맞지 않는 결정과 행동으로 국민을 어려움에 빠뜨린 것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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