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5.09.18 17:25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국민생활과 밀접한 편의점이 강력범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2024년 동안 강력범죄 발생은 비슷한 수준이며, 절도범죄는 5년 전보다 약 2000건 폭증했다. 특히 마약범죄는 5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 최근 국내 마약사범 증가 추세와 무관치 않다.

18일 뉴스웍스가 경찰청이 매년 8월 발표하는 연간 범죄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편의점에서 발생한 강력범죄(살인·강도·성폭력·방화 등) 현황은 330건으로 집계돼 5년 전인 2020년 364건보다 9.3% 소폭 감소했다.

다만, 편의점에서 발생한 전체 범죄 수는 지난해 1만6601건으로 나타나 2020년 1만4697건보다 12.9% 증가했다. 절도범죄가 전체 범죄 수 증가의 주된 이유로 파악된다. 2020년 5944건에 이르던 절도범죄는 지난해 7897건으로 32.8% 폭증했다.

세부적으로 강력범죄 중 가장 많았던 범죄는 강제추행이다. 지난해 285건이 집계돼 2020년 283건과 큰 차이가 없다. 2020년 3건에 이르던 방화는 지난해 한 건도 없었지만, 같은 기간 강도는 35건에서 36건, 강간은 5건에서 3건으로 소폭 줄거나 늘어났다.

폭력범죄 다수를 차지한 폭행은 2020년 1542건에서 지난해 1230건으로 20.2% 감소했다. 손괴도 같은 기간 241건에서 225건으로, 협박도 241건에서 225건으로 감소했다. 거액의 경제범죄인 특별경제범죄는 1424건에서 1005건으로 29.4% 줄었지만,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만큼 대대적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특히 마약범죄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52건이었던 마약범죄는 지난해 96건으로 집계돼 편의점이 마약을 은밀히 주고받는 장소로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마약사범은 1만8050명에서 지난해 2만3022명을 기록해 5년 동안 4972명(27.5%) 증가했다.

2017년 4월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안심편의점' 1호점을 선보였다. (사진제공=BGF리테일)
2017년 4월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안심편의점' 1호점을 선보였다. (사진제공=BGF리테일)

문제는 이런 범죄 현황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본사의 대응이 소극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편의점 범죄는 지난 2016년 12월 경상북도 경산시의 CU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손님과 시비 끝에 살해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됐다.

당시 CU 운영사인 BGF리테일은 사건 발생 100일이 지나도 유가족에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후 BGF리테일은 계산대에 안전가드를 설치한 '안심편의점'을 선보였으나, 설치비를 가맹점주에 전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또다시 논란을 촉발했다. CU 안심편의점은 1호점 출범 이후 확장되지 않았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안심편의점은 포스(POS) 신고 시스템으로 즉각적인 경찰 출동이 가능해져 더 실효적인 예방과 대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 점포가 위험에 처한 외부 고객들의 대피처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예방 사례들이 꾸준히 생기면서 점주님들의 사명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들도 범죄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 관계자는 "점포 내 강도나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포스 긴급신고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며 "점주가 긴급신고 버튼을 연속 2회 클릭하면 즉시 경찰에 접수돼 출동이 이뤄지며, 무인점포는 보안업체와 협업해 이상 상황 발생 시 24시간 경비대원 출동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편의점 강력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편의점 범죄 수는 올해에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 전망된다. 올해 2월 경기 시흥시의 한 30대 남성은 의붓형을 살해한 이후 인근 편의점에서 20대 여성 직원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5월에도 편의점 살인 미수 사건이 일어났고, 이달에는 고양시 일산서구 한 편의점에서 업주인 50대 여성을 흉기로 찌르려는 살인 미수 사건이 충격을 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야간에 혼자 근무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과 계산대가 막히면서 강력범죄 상황에 도망갈 탈출구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점주들은 수익성 악화로 인건비 절감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라 범죄예방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본사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확실한 안전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 점포 수 합계는 4만8003개로 집계된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00개가량 줄어들었다. 올해 사상 첫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고, 폐점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점포 수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며, 전국에서 매월 약 100개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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