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광하 기자
  • 입력 2025.09.18 14:01
KT 광화문 이스트 사옥. (사진=박광하 기자)
KT 광화문 이스트 사옥. (사진=박광하 기자)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KT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건으로 체포된 중국 국적 용의자가 '윗선'의 지시를 받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두 용의자가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진술에 따라 국내외 배후 조직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18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소액결제 한 혐의를 받는 A씨(48)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수원지법 안산지원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시키는 대로 했다"고 답했다.

A씨는 "피해자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았나", "수도권을 노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시키는 대로 했다"고 짧게 답했다.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른다. 저도 시키는 대로 했다"고 재차 답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중국에 있는 윗선 C씨의 지시를 받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윗선으로 지목한 C씨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는 대로 말한 뒤 최근 중국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직 C씨의 신원을 특정하지 못했으나 이 사건의 주범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범죄수익을 현금화한 혐의를 받는 B씨(44)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두 용의자는 모두 중국 국적이지만 현재까지 공모 관계는 확인된 게 없고, 합법체류자 신분으로 일용직 근로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KT와 관련된 부분은 밝혀진 바 없으며, IT 업종에 종사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 전공자도 하기 어려운 첨단 범죄를 통신사 근무 이력은 물론 전화·인터넷의 가입이나 설치 등의 업무조차 한 적이 없는 이들이 주도했을 리 없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A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승합차에 싣고 다니면서 수도권 특정지역 KT 이용자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해 모바일 상품권 구매, 교통카드 충전 등의 소액결제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해당 소액결제 건을 현금화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한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를 확보해 현재 정밀 감식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장비는 통신에 쓰이는 설비와 안테나 등으로 구성됐다.

주목할 점은 해외에서 이번 사례와 유사한 범행이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일본에서는 도쿄와 오사카 등지에서 차량 트렁크에 불법 기지국을 싣고 다니며 데이터 연결을 끊거나 스미싱 문자를 발송한 사례가 있었고, 같은 달 태국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쇼핑몰 고객에 대량 스미싱 문자를 보낸 조직원이 검거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정보보호 업계에서는 정부와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해외 사건들을 인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다면 이번 사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고 있다.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과 통신사의 안일한 대처가 피해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A씨와 B씨 두 사람이 직접 만나는 등 공모한 바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조직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며 "A씨가 사용한 장비의 사용 방식 등 운용법에 대해서도 감식을 마치는 대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경기남부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5일 기준 KT 소액결제 피해자는 모두 200명이며 피해액은 1억2778만원이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T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3일까지 피해자는 모두 278명, 결제 건수는 527건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이한 점들이 추가로 드러났다. KT가 소액결제 피해를 100% 보상하기로 한 대상은 8월부터 9월까지 피해 사례로만 제한된 것으로 확인됐다. 7월 말 등 8월 전 피해자는 보상 목록에서 제외됐으나 향후 해킹 경로와 인과 관계가 규명되면 8월 전 피해자도 보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애플 계정을 통해서도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상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18일 오후, 늦어도 19일 오전 중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KT 측은 "경찰 수사와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해 조속히 사건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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