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광하 기자
  • 입력 2025.09.26 16:21
국토부가 2021년 "주택사업계획 승인 관련 각종 건축 심의를 위한 위원회 등에 정보통신 전문가를 포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보냈지만, 지자체들이 이 내용을 무시한 채 지능형 홈네트워크 관련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제공=제보자)
국토부가 2021년 "주택사업계획 승인 관련 각종 건축 심의를 위한 위원회 등에 정보통신 전문가를 포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보냈지만, 지자체들이 이 내용을 무시한 채 지능형 홈네트워크 관련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제공=제보자)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전국 아파트에 설치되는 홈네트워크 설비의 하자 분쟁이 확산되는 배경으로 주택 건설 사업 심의 과정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가 배제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스웍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특별시를 포함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주택 건설 사업 신청 시 의무 제출 도면이 빠졌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승인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법 등 관련 법령은 사업 승인을 받으려는 자가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등의 부대시설 배치도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서울지역 한 아파트 건립 사업의 경우 홈네트워크 설비 배치도가 빠졌는데도 사업 승인이 떨어졌다. 이후 해당 단지는 준공 후 홈네트워크 기능상 하자 문제로 입주자들과 건설사 간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도면 제출이 누락되지 않도록 담당 부서를 대상으로 교육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신청자가 지능형 홈네트워크 배치도를 제출하더라도 지자체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검토할 전문가가 없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의 경우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심의위원 중 ICT 전문가가 없는 상태다.

문제 해결을 위한 국토교통부의 공문조차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국토부는 2021년 전국 지자체에 보낸 '주택건설사업 제도운영 조치사항 안내' 공문에서 "주택사업계획 승인 관련 각종 건축 심의를 위한 위원회 등에 정보통신 전문가를 포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요청은 무시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ICT 전문가의 참여가)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2021년 홈네트워크 해킹 사건으로 여러 아파트 입주 세대의 사생활 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홈네트워크 보안 강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홈네트워크 해킹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세대간 홈네트워크 분리 등의 강화된 보안 조치를 의무화했지만, 아직도 지자체 주택 건설 사업 승인 심의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의 참여는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내 지능형 홈네트워크는 AI 스마트홈, 전기차 충전 관리, 태양광 발전 시설 연동 등과 결합하면서 입주자의 생활을 지탱하는 중요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며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자들에 의해 해당 설비의 계획, 설계, 심의가 이뤄지다 보니 설치 이후 운영 과정에서 보안 취약점이 뒤늦게 드러나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획, 설계, 설치, 운영, 유지보수 등 전 주기에 걸쳐 전문가 참여가 이뤄지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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