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09.30 18:22
참여연대·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재벌 면죄부" 일제 반대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30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배임죄 폐지 방침에 대해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당정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당정협의회를 개최한 뒤 형법상 배임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민변은 논평에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배임죄 폐지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민변은 "배임죄는 경영 실패가 아닌 신임 위배를 처벌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법원이 이미 다수의 판례를 통해 경영상의 판단 원칙을 존중해 경영자가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을 위해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면 설령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의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배임죄가 기업 사유화를 막는 핵심 장치라고 강조했다. 소수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부당합병, 2세 경영을 위해 불법적인 부의 이전을 목적으로 한 계열사 내부거래와 부실계열사 지원행위 등이 배임죄의 주요 적용 대상이라는 것이다.
민변은 배임죄가 없다면 기업 사유화 시도를 통제할 형사법적 장치가 사라져 소액주주와 채권자의 권익은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변은 당정도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음에도 보완 입법 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배임죄부터 폐지하겠다는 주장은 책임 있는 정치라고 보기 어려우며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배임죄 폐지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는 배임죄를 폐지하는 것은 회사를 마음대로 좌우하고자 하는 재벌총수 일가의 숙원일 뿐 국민과의 약속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배임죄 폐지 논의가 한국 자본시장의 기본 질서를 뒤흔들고 기업 오너와 경영진의 전횡을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며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부당합병 등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시킨 중대한 사건들에서 배임죄가 공정한 책임추궁의 최소한의 수단이 돼왔다고 밝혔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하되 중요 범죄의 처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배임죄 손질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배임죄 폐지에 따라 발생할 허점을 세밀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배임죄 폐지가 이재명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면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배임죄가 폐지되면 이 대통령이 면소 판결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재명 구하기 법"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