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09 18:00
LG·SK그룹, 대대적 물갈이·인원 감축 vs 현대차그룹 '안정' 추구
SK그룹, 한 달 앞당겨 사장단 인사 단행…다음 주 임원 인사 진행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4대 그룹이 사장단 인사를 지난해보다 한 달여 앞당길 전망이다. 미 트럼프 정부의 관세 협상 충격과 이어지는 내수 부진 등 국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내년도를 위한 진용을 빠르게 구축하고 한발 먼저 준비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SK그룹과 LG그룹은 올해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및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안정'을 우선시한 소폭의 인사를 단행할 것이 예상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한 달 앞당긴 10월 30일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은 다음 주부터 계열사별 임원 인사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에 계열사 사장단 평가를 완료했으며, 이르면 이달 셋째 주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12월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 17~18일경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12월 사장단 인사를 했던 LG그룹도 11월 셋째 주에서 마지막 주 인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사장단 인사는 노태문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의 부회장 승진에 관심이 쏠린다. 노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직무대행을 떼고 DX부문장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그는 DX 부문장을 맡으면서 '갤럭시 S25'의 성공적인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S25 시리즈는 몇십만 원가량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었으나, 언팩 행사를 며칠 앞두고, 노 사장이 가격 동결로 방침을 정했다"며 "출장 예정자들에게 이미 자료가 배포된 상황에서 빠르게 수정했다. S25 시리즈 올해 판매 호조는 가격 동결에 크게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사장이 부회장직에 오르면 DS(반도체) 부문을 맡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과 함께 '전영현·노태문' 투톱 체제가 구축될 전망이다.
노 사장이 겸직 중인 MX사업부장 자리는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유력하다는 하마평이 나온다. 특히 최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 부회장은 DS부문장만 맡을 전망이다. 함께 맡아왔던 메모리사업부장 자리에는 황상준 D램 개발실장(부사장)과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및 반도체 연구소장(사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황 부사장이 HBM 재설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7일 삼성은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간 사업 조율 및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해 온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하는 원포인트 조직개편을 했다. '삼성의 2인자'로 불렸던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이 사업지원실장을 맡는다.

SK그룹은 이번 주부터 SK텔레콤을 시작으로 계열사별로 임원 인사를 차례로 단행한다. SK그룹 임원 인사의 특징은 '조직 슬림화' 및 '임원 감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도 인력을 약 50% 정도 인원을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대규모 해킹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SK텔레콤은 최고 30% 인력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인원들은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만큼 인력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인사 내용이 달라진다. 협의회에서 실행력 있게 사안을 추진하기 위해 '조직 슬림화'를 추진한다"며 "협의회 인원이 50명이 채 안 되며 인원이 더 줄게 된다. 다만 협의회 임원들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몸담았던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를 감축하는 것은 그동안 기획 및 실행 업무를 모두 맡아오던 협의회가 실행 기능은 계열사에 맡기고 기획 위주로 탈바꿈한다.
PR 조직도 미디어기획팀이 해체돼 팀의 인원들이 전부 SKT로 복귀한다. 그동안 온라인을 담당하던 미디어기획팀과 오프라인 매체를 담당하던 PR팀으로 나눠져 있었다. 미디어기획팀은 해체되고 PR팀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미디어기획팀 홍보 담당 임원도 SKT로 이동한다. 대관 담당 임원 등도 이전에 근무하던 SKT로 돌아간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인원들은 각 계열사에서 파견 나온 인력들이다. 이에 따라 수펙스추구협의회의 홍보 담당 임원, 대관 담당 임원 상당수가 이전에 근무하던 계열사로 돌아가게 된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이 같은 임원 감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음 주 임원 인사에 나서는 SK텔레콤은 조직 통폐합에도 나서 더 슬림한 조직으로 탈바꿈한다. SK텔레콤은 대표이사를 제외한 'C레벨' 경영진을 줄이기 위해 이미 관련 인원들에게 사표를 제출받았다. 퇴직 대상 임원에도 이를 통보했다.
SK텔레콤은 해킹 사태로 인해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줄고 후폭풍으로 3분기 영업이익이 91% 하락하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SKT는 굳건한 통신 1위 회사로 그동안 인적 쇄신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해킹 사태로 대규모 임원 감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SK텔레콤의 사내 회사 AI CIC는 최근 임원 40%가량 보직을 잃는 등 감축 폭이 매우 컸다.
반면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이번 임원 감축에서 제외된다. 이는 HBM으로 메모리 1위로 올라서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인사 발령은 전부 12월 초에 진행된다.

LG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사장단 인사 폭은 매우 클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 속 새로운 부회장에 누가 오를지도 관심사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는 유력한 부회장 후보로 꼽힌다. 그는 취임 이후 재무 건선성 강화 및 OLED 중심으로 돼 있는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그는 흑자 전환을 위해 큰 힘을 쏟아 왔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4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OLED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려 왔으며, 차량용 신사업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한편으로는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조 사장은 지난해까지 좋은 실적을 내는 데 기여해 왔으나, 올해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 등으로 3분기 TV 사업에서 영업적자가 3026억원에 달했다. 생활가전은 상대적으로 나은 수준이지만,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철강에 대해서도 관세가 부과되는 등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9월 있었던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로 교체될 것이라는 분석이 한때 제기되기도 했지만, 사안이 잘 마무리된 현재는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임원 인사에서는 구금 사태 때 현장 대응을 위해 미국에 급파됐던 김기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교체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2023년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LG이노텍의 호실적을 이끌어온 장본인이다. 지난 3분기에는 20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지난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진행한 현대차그룹은 올해는 '안정'을 인사 기조로 내세울 전망이다. 빠르면 이번 달 셋째 주경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미국발로 관세 충격에 따른 여파가 커진 상황에서 경영진들이 위기 대응 능력을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다수 사장은 재신임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차·현대트랜시스·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주요 계열사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 기아 최준영 사장,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사장이 승진했고,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완성차 담당 부회장으로 임명되며 그룹 2인자 자리에 올라섰다.
올해는 간단한 조정 수준의 인사만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3월 22일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재신임될 것으로 보인다. 무뇨스 사장은 올해 미국 관세 타격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이끌어 왔다. 위임된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승조 부사장도 정해진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지만,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성 김 현대차 대미 통상 담당 사장 및 송창현 현대차 SDV 담당 사장도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 대해 소프트웨어 혁신을 이끌 뿐 아니라 한미 관세 협상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나온다. 그는 2020년 취임 이후 방산·철도 사업 다각화를 이끌어 왔으며, 그룹 내 최장수 CEO로 꼽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