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5.11.07 17:32

사업지원TF→사업지원실 격상…"컨트롤타워 부활 아니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8시40분경 '호암상 시상식'을 마친 뒤 신라호텔 로비를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공동 취재단)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8시40분경 '호암상 시상식'을 마친 뒤 신라호텔 로비를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공동 취재단)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이재용의 남자', '삼성의 2인자'로 불렸던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회장 보좌역으로 이동한다. 정 부회장은 "본인이 할 역할은 다 했고, 이제 후진을 양성해야 한다"며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회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정 부회장에 대해 '자신이 60살이 될 때까지 같이 간다'라고 말할 정도로, 평소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정 부회장의 용퇴론이 일었던 지난해 인사에서도 계속 중용해 온 만큼, 이번 인사는 예상 밖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7일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간 사업 조율 및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해온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격상했다. 이와 함께 정 부회장을 사업지원 TF장에서 회장 보좌역으로 업무를 변경하고, 그 자리에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을 사업지원실장으로 임명했다.

정 부사장이 맡은 '회장 보좌역'은 기존에 없던 직책이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상 '용퇴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TF라는 임시조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사법 리스크가 길어졌고, 중간에 인사를 내는 것도 맞지 않아 TF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던 것"이라며 "이제는 사법 리스크도 종결되고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올라선 만큼, 본인도 역할을 다 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박학규 사장의 사업지원실장 임명은 미래전략실(미전실) 시절부터 정 부회장과 손발을 맞춰 왔고, 유일하게 담당 사장이었던 것이 배경이 됐다. 또한 '재무통'인 그가 경영진단업무까지 담당하며 반도체·가전·스마트폰 등 전사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이런 점에서 그간 삼성 내에서 '포스트 정현호'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박 실장은 이재용 회장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을 때부터 함께 해온 최측근이기도 하다.  2020년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했고, 2022년부터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무 전략을 총괄했다. 2024년 말부터는 사업지원TF에서 일해 왔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사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제4어린이집 개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박학규 사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제4어린이집 개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번 인사에서 또한 경영진단실 산하에 사업 조직과 팀장들이 확정됐다. 최윤호 경영진단실장 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에, 주창훈 부사장은 경영진단팀장으로 이동했다. 사업지원TF에 있던 문희동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 팀장으로 임명됐다. 

사업지원TF가 사업지원실로 정식 격상한 것에 대해서는 '컨트롤타워가 부활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컨트롤타워 부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전실은 법무·홍보 등 6~7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홍보팀이 커뮤니케이션실로, 다른 기능은 여러 부서로 나눠 배치돼 있다. 따라서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상관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TF라는 임시 조직을 상설 조직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언제까지 TF 체제를 유지할 것이냐'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실로 격상했고 실 산하에 팀을 만들어 팀장들을 임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명대로라면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 부활은 올해도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임시 조직에서 상설 조직으로 격상한 만큼, 업무 범위와 권한은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 없지만, 삼성전자는 어머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 및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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