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11 11:32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최재해 감사원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11일 퇴임했다.
감사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에서 비공개 퇴임식을 열었다. 최 원장은 2021년 11월 1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명으로 취임해 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부 등 3개 정권을 거친 감사원장으로 기록됐다. 1963년 감사원 출범 이후, 1948년 설립된 심계원 시절을 포함하면 73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이 감사원장에 오른 사례로 평가된다.
최 원장은 퇴임 이임사에서 "4년 전 감사원장으로 취임하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감사원 역사상 최초의 원 출신 원장으로서 과분한 기대와 환영 속에 삼청동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국민의 시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감사원을 감사 운영의 기조로 삼았다"며 "그 약속을 지키고자 지난 4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재임 기간 국가 발전과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감사에 진력을 쏟았다고 강조했다. 출생 미신고 아동을 찾아내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을 유도했고, 소극행정과 불합리한 규제도 개선했다. 교원의 사교육 시장 참여와 일탈행위 등 공직자의 부정·비리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했다.
그는 국민감사본부 신설, 고위험 중점분야 분석을 통한 전략적 감사기획 시스템 마련, 미래지향형 예방감사 확대 등도 주요 성과로 꼽았다. 혁신지원형 감사분야 도입, 사전컨설팅 기능 강화, 공공감사기준 전면 개정안 마련 등도 추진했다.
하지만 최 원장의 임기는 논란으로 점철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감사하면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국가통계 조작 의혹, 사드 배치 지연 의혹, 대통령실 용산 이전 감사 등이 잇따르며 여야 간 정치 감사 공방이 거셌다. 결국 그는 헌정사상 첫 탄핵소추된 감사원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 원장은 이임사에서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오랜 기간 이어졌으며,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둘러싼 오해와 논란 속에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라는 전례 없는 상황도 겪었다"며 "쉽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감사원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그 길을 선택해 왔기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퇴임에 따라 감사원장이 공석이 됐으며, 감사위원회 선임위원인 김인회 감사위원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김인회 감사위원의 임기는 다음 달 2일, 이남구·이미현 감사위원의 경우 내년 4월 14일 각각 종료된다.
이재명 정부가 새로 임명할 수 있는 감사위원은 최 원장과 김인회·이남구·이미현 위원의 후임 4명이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3명이 교체되면 감사원의 기조는 여권 친화적으로 더욱 뚜렷하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최근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정부와 기관 정책에 관한 감사 결과를 잇따라 진행해 발표했다.
이달 초 감사원은 윤 정부의 용산 대통령실 '집들이 행사'(2022년 6월) 비용이 LH 예산으로 집행된 사실을 지적하며 '목적 외 사용'으로 결론 내렸다. 대통령경호처가 경호업무 범위를 넘어 비공식 조직을 꾸린 점, LH 예산으로 대통령실 행사를 진행한 점 등을 문제 삼아 관련 기관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태원 참사 감사 결과에서도 당시 정부의 사전 대비 실패와 초동 대응 부실을 강하게 질타했다. 현장 인파관리 계획 부재, 재난문자 지연 발송, 응급의료체계·재난통신망 작동 실패 등 구체적 행정 책임을 지적하며 "형식화된 매뉴얼과 인력 부족이 인재를 불렀다"고 했다.
통상 감사원 감사는 정권 교체 이후 지난 정부의 정책 등에 관해 이뤄진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 등이 감사위원회 다수를 구성하면 윤석열 정부 관련 감사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곧 차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지명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