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5.11.13 14:32
감사원 현판. (사진=뉴스웍스 DB)
감사원 현판.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감사원이 고용보험기금 재정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실업급여계정의 실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될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보험료율 조정 체계와 준비금 산정 방식이 경직적이고, 구직급여 하한액·모성보호급여·조기재취업수당 등 주요 제도의 구조적 한계가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감사원은 13일 '고용보험기금 재정관리실태' 감사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2024년 말 기준 실업급여계정의 실적립금은 -4조2000억원이다.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차입한 금액을 합치더라도 경제 충격 발생 시 8개월 후 완전 고갈되는 구조다.

준비금은 법정 기준에 한 번도 미달하지 않은 채 운영돼 왔다. 준비금 적립이 연간 지출액에 연동되는 '적립금배수' 방식이 호황기·불황기 변동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미국처럼 역대 불황기의 최대 지출액을 기준으로 준비금을 쌓는 '준비율 배수'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전체 구직급여의 70%는 하한액 수급자다. 하한액은 최저기초일액의 80%로 계산되지만 실제 지급 수준은 주·월 단위로 세후 최저임금을 초과(93.3%)해 기금 부담을 키우고 있다.

감사원 분석에 따르면 하한액 기준 오류로 인해 2023년 한 해에만 1조1000억원이 최저임금 수준보다 더 지급된 것으로 추산됐다.

하한액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상대적으로 낮고 반복 수급은 증가하는 등 고용보험 재정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사원은 하한액 산정 방식에서 무급 휴일을 포함해 최저기초일액을 6/7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성보호급여는 올해 예산이 전년 대비 61.1% 증가한 4조원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하지만 일반회계 전입금은 5500억원에 불과해 실업급여계정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감사원은 2025년 이후에는 정부 일반회계 분담률이 최소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책적 확대가 지속되는 만큼 모성보호급여를 실업급여계정에서 분리해 독립적 계정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계정 분리 시 적정 보험료율은 0.23~0.30% 수준으로 분석됐다.

조기재취업수당은 최근 5년간 2조원이 지급됐지만, 감사원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지급액 4682억원 중 정책 효과는 1493억원에 불과했다. 지급액 대비 효과가 3189억원 비효율로 나타난 셈이다.

현재는 상위 20% 소득(574만원 이상)에만 지급이 제한되지만, 유보임금(300만원) 기준으로 조정할 경우 1615억원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보험료율은 현행 4단계 구간으로 기업 규모별 차등 부과된다. 그러나 근로자 수로 기업 규모를 판단하다 보니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3년간 분석에서 근로자 수 150명 미만이라는 이유로 대기업 2만1623곳이 최저 요율(0.25%)을 적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기준으로 재분류할 경우 3년간 1437억원 추가 징수가 가능한 수준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5대 개선사항을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에 통보하며 고용보험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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