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12 18:26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최근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난이 쇄도하며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간 교촌치킨의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 국무회의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슈링크플레이션을 꼼수라 규정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일부 교촌치킨 가맹점주는 11월 들어 주문 수가 크게 떨어졌다며 브랜드 이미지 실추까지 우려하고 있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은 꼼수에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고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대신, 제품의 중량을 줄이거나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해 사실상 가격 인상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는 눈속임 전략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에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이달 말 직접적인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이달 3일에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관계부처 합동 '슈링크플레이션 근절을 위한 외식업체 간담회'가 개최돼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를 예고한 바 있다. 향후 용량·성분 변경 시 사전 고지 의무화부터 위반 시 제재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규제방안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런 조치는 면류와 같이 국물이 많은 메뉴에는 적용이 쉽지 않고, 조리 과정에서 중량 손실이 큰 메뉴도 적지 않아 일괄적인 규제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공식품 제조 과정에서도 원가 변동에 따른 자동 중량 조정과 의도적 슈링크플레이션 구분이 모호하다는 의견이다.
한편에서는 교촌치킨의 '일탈'을 두고 업계 전체에 슈링크플레이션 낙인을 찍는다며, 빈대 잡다가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원성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잘못한 업체를 일벌백계하면 될 일을 외식 프랜차이즈부터 식음료 제조까지 싸잡았다"며 "설령 대형 업체들은 규제를 이행할 수 있을지라도 중소 영세 업체들은 지나친 규제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촌치킨은 식음료 업계 전체를 혼돈으로 몰고 온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관련 조치를 즉각 이행하지 않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간장순살과 레드순살, 반반순살(간장과 레드) 등 3종의 중량을 500g에서 다시 700g으로 늘리고, 반반순살(허니와 레드)은 기존 600g으로 100g 늘려 판매할 예정이다. 닭다리살에 안심살 등을 섞어 판매한 순살 메뉴의 원육 구성도 기존의 닭다리살 100%로 바꾸는 등, 논란 이후 한 달 동안의 유예기간을 뒀다.

익명을 요구한 교촌치킨 한 가맹점주는 "언론에서 부정적 내용이 계속 보도되는 바람에 최근 2주 사이 주문량이 급격히 줄었다"며 "본사의 중량 원상복구가 시행될 때까지는 주문량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교촌치킨이 외식 프랜차이즈 상장사가 겪어왔던 '흑역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2000년대 이후 주식시장에 입성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총 7개(태창파로스·할리스에프앤비·대산F&B·해마로푸드·선샤인푸드·교촌에프앤비·더본코리아)에 불과하며, 현재 교촌에프앤비와 더본코리아만 거래가 가능하다. 대산F&B와 선샤인푸드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에 거래가 정지됐고, 나머지는 상장폐지됐다.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의 주가는 12일 종가 기준 4350원이다. 상장 초기 최고가 3만8000원(상장 공모가 1만2300원)과 비교할 때 90%가량 폭락한 셈이다. 상장 후 최고가 매수자의 손실률은 88.7%로, 만약 1억원을 투자했다면 9000만원 가까이 손실을 본 셈이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이 상장 이후 4년 동안 받은 누적 배당금은 160억원대로 집계된다. 지난해 교촌에프앤비의 배당성향은 300%를 넘었다. 회사의 낮은 수익성을 볼 때, 배당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5년 권 회장의 6촌 동생이 직원을 폭행한 사건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치킨업계 최초로 건당 2000원의 배달료를 부과했고, 2021년에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치킨 2만원 시대를 주도했다"며 "올해도 배달앱 이중가격제와 차액가맹금 소송, 지역본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소송 맞대응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외식업체들이 불명예 퇴장을 이어간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정치권의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와 차액가맹금 소송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교촌에프앤비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