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0 13:00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금융보안원이 20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변화를 주도하다'를 주제로 개최한 금융정보보호 컨퍼런스 특별강연에서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와 서병윤 DSRV 이사가 인공지능(AI) 혁명과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산업에 가져올 변화를 조망했다.
◆"피지컬 AI 시대는 한국 제조업에 기회"
최재붕 교수는 글로벌 AI 인재 쟁탈전의 현황을 소개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24세 AI 엔지니어에게 3300억원 연봉을 제안했고, 1997년생 알렉산더 왕을 영입하기 위해 스케일 AI를 19조원에 인수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최 교수는 "저커버그가 AI는 자신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젊은 인재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19조원을 투자해도 회사 지분 1%도 안 된다, 지금은 전쟁"이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에서 자본 집중도를 분석한 결과도 제시했다. 미국 AI 관련 8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가 3경4000조원에 달하는 반면, 중국 AI 기업 전체 시총은 1400조원이라며, 메타 한 기업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것이 현재 인류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 승부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피지컬 AI 분야에서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피겨는 10월 양산 모델을 발표하고 BMW 공장에서 위험 작업을 20시간 연속 수행했으며, 아마존은 물류센터에 100만대 로봇을 배치하고 2033년까지 60만명 해고 가능성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는 미국이 중국 제품을 쓸 수 없는 영역"이라며 "네덜란드에서 중국산 전기버스의 통제권 문제가 제기됐듯이, 전쟁 시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적군의 전투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서울의 치킨집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수장을 만나 한국을 세계 최고의 피지컬 AI 테스트베드라고 강조한 사례도 언급했다. 최 교수는 "한국은 반도체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20년 이상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거대언어모델(LLM)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방위산업을 통한 AI 역량 강화도 제안했다. 팔란티어와 안드릴 같은 미국 방산 스타트업이 한국 기업과 협력하는 이유가 빠른 대량 생산 능력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핵심 소프트웨어(SW)와 AI 기술을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100만대의 전투 로봇이 서해를 건너오고, 100만대의 드론이 공격을 위해 건너온다면 미국과 우리 모두 필사적으로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사례를 통해 규제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유럽은 2002년까지 미국과 국내총생산(GDP)이 같았으나 디지털 시스템을 규제 일변도로 막아 30% 이상 격차가 벌어졌고,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받은 AI 대가들이 모두 영국 박사 출신이지만 미국으로 떠났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혁신을 이끌어가면서 촘촘한 규제를 제대로 만들어야 기회가 있다"며 "매일 20~30분씩 AI 공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스테이블코인이 50년 묵은 금융 시스템 혁신"
서병윤 DSRV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이 50년 된 기존 송금 시스템을 대체할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 송금은 스위프트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만 전달하고 자금은 별도로 이동하는 구조라 며칠이 걸리고 수수료도 높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는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50년간 수십조원을 들여 폐쇄망을 구축했고, 영업이익률이 55~60%에 달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원리를 상세히 소개했다. 2008년 비트코인 백서가 이중지불 문제를 해결하며 중개인 없이 전 세계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네트워크에 예치하면 검증 권한을 받으며, 12초마다 블록이 생성되고 전 세계로 브로드캐스트된 후 3분의 2 이상이 확인하면 블록이 결합된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의 실질적 효과도 강조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10만원을 보내는 데 몇백원 정도만 소요되며, 해외 송금 수수료를 평균 6%대에서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이사는 "중개인의 독점적 이익이 큰 분야일수록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오는 파괴력은 더욱 커진다"며 "주말이나 연휴 상관없이 365일 시차도 없이 송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실생활에 활용되는 사례도 소개했다. 아르헨티나는 3년간 페소 가치가 4분의 1로 하락해 현지 직원들이 월급을 받으면 가장 먼저 거래소에서 USDT나 USDC로 환전한다고 전했다. 볼리비아 문구점에서는 가격이 USDT로 표시되는 등 이미 화폐 단위가 스테이블코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도입 현황도 분석했다. 페이팔은 자체 발행한 PYUSD로 결제 시 수수료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싱가포르 그랩은 2020년부터 USDT와 USDC를 결제 수단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로빈후드는 미국 주식을 토큰화해 유럽 시장에서 24시간 거래할 수 있게 했다고 소개했다.
AI 에이전트 간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이 필수적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서 이사는 "AI가 정보를 읽기 위해 기사 하나에 1센트짜리 과금이 생기는 미래가 올 것"이라며 "AI는 은행 계좌도 없고 전자서명도 못 하지만, 자체 지갑을 보유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거래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코인베이스와 구글이 참여하는 AI 결제 프로토콜 A2A의 핵심 기여자 12명 중 한 명이 DSRV 공동창업자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