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0 17:52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한미의원연맹 창립기념 행사에서 한국 국회의원이 미국 등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국에 영업 인력 위주로 지사를 설립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인재 양성과 기술 연구개발(R&D)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해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국혁신당 의원은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의원연맹 창립기념 '제1회 한미외교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서 "올해를 기점으로 국가 간 관계에서 기술을 빼놓을 수 없는 시점이 됐다"며 "전통적 경제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미 기술동맹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 가지 제안을 내놨다.
첫 제안은 한미 기술동맹의 지속가능한 상생 구조 구축이다. 이 의원은 "어떤 양측 관계든 한쪽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설정되면 계약이나 협약이 이뤄지더라도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고받는 것이 명확해야 관계가 건강해지고 지속가능한 선순환에 들어간다"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투자 계약과 양해각서(MOU)가 구체적 사항으로 들어갈 때 주고받음이 지속가능한 수준인지 서로 점검해가며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의 한국 내 교육 및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언급했다. 이 의원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 지사를 만들 때 영업팀 위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영업팀만 만들지 말고 글로벌 엔지니어링팀이나 R&D센터를 함께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이 구글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국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전 세계 다운로드 수가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는 사례를 들며 "한국 내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한국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얼마나 많은 얼리어답터가 모여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재에 투자한다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 해달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제안은 한미 의회 간 기술 관련 입법 교류 강화다. 이 의원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정보기술(IT) 분야는 국경을 긋기 어렵다"며 "많은 IT 기업이 특정 국가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비즈니스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한 AI를 위한 체크리스트는 어느 한 나라가 강요해서도 안 되고, 각국별로 너무 달라서도 안 된다"며 "규제가 서로 다르면 양국 모두 수출을 못 하게 되고, 이것이 수출의 벽을 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실상의 표준 규제가 함께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한미 간 의견 교류의 가교 역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현재 미국 엔비디아와 대만 TSMC, 한국 SK하이닉스를 큰 구조로 잡고 공급망이 형성돼 있다"며 "관세 영향으로 인한 미국 제조업 경쟁력 하락 때문에 한국이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술 발달의 결과물을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한미 양국의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람 중심의 기술이 양국의 지향점이어야 하고, 이는 나라가 다르다고 달라질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미 기술동맹을 두 개의 발전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발전 시스템이라고 상상하면 좋겠다"며 "한쪽 엔진만 과열되거나 한쪽 바퀴만 빨리 돌아가면 안 된다"고 비유했다.
마지막으로 "기술 발전의 혜택이 양국 국민에게 공평하게 분배돼야만 이 시스템이 멈추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며 "한미 양국 간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술동맹을 만들어야 하는 때이고, 우리는 그것을 만들 수 있는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