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5.11.20 18:15
재매입 옵션 기한 약 한 달 앞으로…업계에선 사업 재개 여지 행보 풀이
러우전쟁 장기화로 리스크 지속…日 마쓰다, 재매입 권리 상실 첫 사례

[뉴스웍스=정현준 기자] 러시아에서 철수했던 현대자동차가 최근 현지에서 자사 상표권을 재등록하면서, 러시아 공장 재매입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제약 등을 이유로 실제 복귀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러시아연방지식재산서비스 데이터베이스에 자사 로고 등 상표권을 다수 등록했다. 사용 기한은 2034년까지로, 이번 조치는 2023년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매각한 지 약 2년 만이다.
현대차는 해당 공장을 당시 1만 루블(약 14만원)에 넘기며 '2년 내 재매입 가능' 조건을 설정했으며, 그 기한은 올해 12월까지다. 이를 넘기면 바이백 옵션은 소멸한다. 업계는 이번 상표권 재등록을 당장 재진입의 신호로 보기보다는, 향후 사업 재개의 여지를 열어둔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도 "이번 상표권 등록은 기존 권리에 대한 정기적인 갱신 절차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대차는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해 연간 약 23만대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췄으며, 2021년에는 23만4000대 완성차를 생산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같은 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공장을 인수한 아트파이낸스 산하 AGR 자동차그룹은 이후에도 '솔라리스' 등 현대차 브랜드 차량을 생산해왔으나, 기술과 부품 공급은 모두 중단된 상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양보하는 초안을 포함한 종전안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곧바로 종전 협정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복귀 시 서방의 비판과 불매 여론이 일 수 있으며 관세 인상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도 바이백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시점은 현대차가 재진출을 결정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며 "종전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복귀는 최소 수개월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글로벌 경제제재와 기업 이미지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제재와 기업 책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마쓰다는 이달 3일(현지시간) 러시아 내 자산을 재매입할 권리를 상실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철수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첫 사례다.
외신에 따르면 마쓰다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 철수하며 솔레르스와 블라디보스토크 합작회사 지분 50%를 1유로에 매각하고 이를 3년 이내에 재매입할 권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를 비롯해 르노,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자동차 기업도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사업을 포기하면서도 재매입 조항을 유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