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5.11.25 09:52
70년간 연기 인생을 이어오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뉴스1)
70년간 연기 인생을 이어오며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 온 배우 이순재가 9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25일 새벽 눈을 감았다. 이순재는 고령에도 철저한 자기관리로 방송, 영화, 연극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쳐왔다.

이순재는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4살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이주했다. 호적상으로는 1935년생이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시절, 영국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출연한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했다. 이후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면서 TV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를 활발히 오갔다.

주요 출연 드라마는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140편에 달한다. 단역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30편 넘는 작품에 출연한 적도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에서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표상이었던 '대발이 아버지' 역할을 맡아 시청률 65%라는 기록을 견인했다. '허준'(1999), '상도'(2001), '이산'(2007) 등 굵직한 사극에서는 묵직한 연기로 중심을 잡았다.

이순재는 연기자로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음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70대 들어 출연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 '지붕 뚫고 하이킥'(2009)에서는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코믹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야동 순재' 캐릭터를 소화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팬덤을 형성했다. 연기뿐 아니라 예능 '꽃보다 할배'(2013)에서는 특유의 체력과 빠른 걸음걸이로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얻으며 나이를 잊은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노년에도 '세일즈맨의 죽음'(2000), '늙은 부부 이야기'(2005), '장수상회'(2016),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등 연극에 출연하며 '대학로의 방탄노년단'으로 불렸다. 80대 후반에 연극 '리어왕'(2021)에서는 200분에 달하는 방대한 대사를 완벽히 소화하며 찬사받았으며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통해 연출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 전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마지막 연기 혼을 불태웠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됐다.

한평생을 연기에 바쳐 온 이순재는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을 지내는 등 잠시 정치권에 몸을 담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국회의원으로서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역임했다.

그는 연기자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도 꾸준히 관심을 가졌으며, 최근까지 가천대 연기예술학과 석좌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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