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08 04:00
곽상희 강사가 강원도 양양의 ‘돔’ 포인트에서 산호 속의 마크로 생물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곽상희 강사가 강원도 양양의 ‘돔’ 포인트에서 산호 속의 마크로 생물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일상에 지친 이들이 재충전을 위해 흔히 떠올리고 계획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여행’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지구본을 돌리거나 세계 전도를 보면서 세계여행의 꿈을 꾸지 않았을까? 

어릴 때 바람이 되고 싶었다. 바람처럼 흘러다니면서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꿈꾸었다.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떄로는 세차게 때로는 부드럽게 흐르며 지구 전체를 돌아다니는 그런 바람. 나는 그런 바람이 되고자 했다.

이런 바람은 결국 여행자의 걸음으로 이어졌다. 대학 시절, 틈만 나면 전국을 여행하곤 했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았던 청년 시절이었고, 당시 도로와 교통상황도 험난했지만 가방 하나 둘러매고 길을 나섰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으로 산악전문기자 생활을 시작한 것은 이 같은 편력의 연장선에 있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비롯해 여러 정맥을 종주하면서 발걸음을 넓혔다. 

의료분야 전문기자로 자리를 옮기면서 드디어 해외로 나가게 됐다. 해외 학회 취재를 비롯해 외국 의료 현장을 직접 방문, 취재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지역과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까지 발길을 닿을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여행은 세계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외국계 회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해외여행 계획으로 모든 휴가일정이 잡혔다. 남미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대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권의 스탬프를 찍는 공간은 다양한 국가의 출입국 직인으로 빼곡히 찍혔다.

 곽상희 강사가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만남의 광장’ 포인트에서 ‘괜찮다’는 의미의 ‘OK’ 수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곽상희 강사가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만남의 광장’ 포인트에서 ‘괜찮다’는 의미의 ‘OK’ 수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뒤늦게 학업을 위해 미국에서 생활할 때 북미를 쭉 돌아다녔다. 멕시코와 쿠바까지 한국에서는 멀어서 엄두도 내지 못할 국가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태국은 수십번의 여행을 통해 전국 일주 수준으로 돌아다녔다. 지금은 태국의 섬 지역을 시간이 날 때마다 찾고 있다. 뉴질랜드는 남섬을 종주했다.  

지금까지 다녀온 국가는 약 50여개국. 아직도 가야 할 나라가 많이 남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여행지는 육지가 아닌 바다로 향하게 됐다. 

2017년 한 해의 목표 중의 하나를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로 정했다. 이런 이유로 9월 ‘신들의 바다정원’이라 불리우는 팔라우에서 열흘 간의 여정으로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스쿠버다이빙은 풀어야 할 숙제이자, 공포에서 벗어나 하면 할수록 즐겁고 행복한 취미가 되었다. 

사실, 초창기 스쿠버다이빙은 여전히 물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익숙하지 않은 장비와 상황으로 인해 패닉 증세를 많이 경험했다. 하지만 더딘 발전속도가 오히려 오기를 만들었고 무엇인가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도 한몫했다. 더불어 잘 하고 싶다는 욕구와 끝까지 가보자는 목표도 생겼다. 종착지는 스쿠버다이빙 강사였다. 

.곽상희 강사가 태국 시밀란제도 리브어보드 투어 중 ‘타차이 피나클(Tachai Pinnacle)’ 포인트에서 다른 다이버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곽상희 강사가 태국 시밀란제도 리브어보드 투어 중 ‘타차이 피나클(Tachai Pinnacle)’ 포인트에서 다른 다이버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다이빙 여행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반 년 가까이 해외로 다이빙 투어를 혼자 다녀온 적도 있었고, 이후로도 거의 매달 스쿠버다이빙을 다녔다. 

여전히 나의 발길은 해외의 새로운 지역으로 향했지만, 어느새 여행지 선정의 기준은 스쿠버다이빙이 가능한 곳인지 아닌지로 결정이 났다. 

왜 난 바다에 빠지고 또 빠졌을까? 

그 속에는 우리가 눈으로 직접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생태계가 펄펄거리며 살아간다. TV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면 되지 왜 직접 바다 속으로 들어가느냐고 반문하는 지인들도 있다. 하지만 경험하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지구에는 너무 많다. 특히 바닷속이 그렇다. 

곽상희 강사가 제주도 섶섬 ‘너알’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마치고 배 위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곽상희 강사가 제주도 섶섬 ‘너알’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마치고 배 위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세계는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 또는 인류 사회 전체를 의미한다. 여행지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고 있고 발길로 닿을 수 있는 지역으로 국한된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70%가 바다이다. 생명의 원천이라고 불리우는 바다와 그 속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는 지구라는 별을 제대로 여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순례길을 걷거나 트레킹을 하는 것처럼 우리가 바닷속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스쿠버다이빙이다. 

이번 회부터 스쿠버다이빙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는 곧 나의 여행의 기록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것임과 동시에 지구 속 새로운 세계인 바닷속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 여러분을 바닷속 여행으로 초대한다.  

곽상희 shkwak09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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