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1.17 05:30

숙련도 따라 다이빙 사이트 결정…최우선 가치는 '안전'

팔라우 블루홀에서 만날 수 있는 압도적으로 신령스런 바닷속 공간. (사진제공=곽상희)
팔라우 블루홀에서 만날 수 있는 압도적으로 신령스런 바닷속 공간. (사진제공=곽상희)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다이빙은 생각도 못해요.”

많은 지인들이 내가 스쿠버디이빙을 즐기다 결국 강사까지 된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해하면서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면서도 스쿠버다이빙을 접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흔히 하는 말이 바로 ‘물에 대한 공포’다. 

나 역시 어린 시절 누군가의 장난으로 수영장 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뻔 했다. 그 이후 물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집 근처 바다에서 헤엄을 치면서 자연스럽게 물놀이를 하며 놀았던 바닷가 소년이 물을 무서워하게 된 것이었다. 

고래상어 투어로 유명한 필리핀 오슬롭 지역. 고래상어는 10m가 넘지만 적은 어류들만 먹는다. 성격이 온순하고 다이버들과 잘 교감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고래상어 투어로 유명한 필리핀 오슬롭 지역. 고래상어는 10m가 넘지만 적은 어류들만 먹는다. 성격이 온순하고 다이버들과 잘 교감한다. (사진제공=곽상희)

숨을 쉴 수 없다는 두려움은 곧 ‘극단적인 상황’을 연상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공포의 실체로 연결된다. 

물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숨을 자유롭게 쉴 수 없다는 두려움이다. 스쿠버다이빙은 공기통에 연결된 호흡기를 통해 자유롭게 호흡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기본적으로 물 속에서 숨을 참아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문제다. 

둘째, 수영을 못하기에 물 자체에 대한 공포가 먼저 떠오른다. 스쿠버다이빙에서 수영은 필요요건이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 수영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교육을 통해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팔라우 울롱 그래스 랜드에서 다이빙 도중 다이버들이 다양한 포즈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팔라우 울롱 그래스 랜드에서 다이빙 도중 다이버들이 다양한 포즈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셋째,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다. 특히 끝없이 깊은 심해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다. 하지만 스쿠버다이빙은 다이버의 수준에 맞는 수심에서만 다이빙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으며, 부력 조절을 통해 원하는 수심에 머무를 수 있다. 

넷째, 상어와 같은 대형 어종들의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다. 안전이 입증되지 않는 다이브 포인트는 기본적으로 입수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바닷속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생기는 두려움이다.

다섯째, 압력평형이 되지 않아 경험하게 되는 귀의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다. 동남아 여행에서 체험 다이빙을 경험했던 일부 사람들이 물 속으로 들어가는데, 귀가 너무 아파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는 주변압력에 맞게 압력평형을 해야 하는데, 압력평형을 하는 방법을 몰라 경험하게 된 통증에 기반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낯섬’에 대한 두려움이 물에 대한 공포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여진다.  

나는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 물에 대한 공포와 수영을 잘하지 못한다는 두려움까지 있었다. 그렇기에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을 때 이렇게 오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그저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만이 강렬했을 뿐이었다. 

생각보다 두려움은 오래 나를 괴롭혔다. 다이빙을 시작하면서 여전했던 물에 대한 두려움은 불안함으로 이어졌다. 실력은 늘지 않았고 오히려 다이빙 중 새롭게 만들어진 몇몇의 ‘패닉증상’이 더해지면서 더욱 자유롭지 못했다. 사실 늘 입수 전부터 출수 전까지 겁이 났다.

그럴 때마다 '맞지 않는 옷이구나' 하고 자괴도 많이 했고 취미일 뿐이기에 포기하면 그만이었지만 다이빙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팔라우 울롱 채널에서 유영하는 모습. (사진제공=곽상희)
팔라우 울롱 채널에서 유영하는 모습. (사진제공=곽상희)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바다를 찾았다. 수영장을 꾸준히 나가고 세계 곳곳의 주요 다이빙 포인트를 나홀로 찾아 다녔다. 어느 순간 편안해졌다. 

이러면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했다. 공포를 주던 것들과 계속 맞서다보니 그 공포는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얻은 소중한 교훈은 두려움을 주는 요인에 맞서지 않으면 두려움은 절대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두려움은 늘 같은 자리에서 여전히 무서운 얼굴로 우리를 노려볼 뿐이다. 그래서 명확하게 이 말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면 그 두려움과 공포와 맞서기를 권한다. 단순히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아름다운 수중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일상에서도 우리가 늘 만나는 두려운 상황에 당당하게 맞서고 극복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된다.

곽상희 깅사가 스쿠버다이빙 수중교육에 들어가기 앞서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곽상희 깅사가 스쿠버다이빙 수중교육에 들어가기 앞서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몇 가지 궁금증>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여러 질문을 받는데,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Q. 저는 수영을 못하는데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나요?  

A. 네. 스쿠버다이빙은 즐길 수 있습니다. 수영을 할 줄 알면 도움이 되겠지만 하지 못해도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Q. 저는 나이가 꽤 많은데, 나이가 많아도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수 있나요?

A. 나이가 많고 적음이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 데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팀의 회원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합니다. 다이빙을 50대 이후에 시작하신 분들도 계시고, 60대 분들도 왕성하게 다이빙투어를 다니고 있습니다. 

Q. 스쿠버다이빙은 위험하지 않나요?

A. 스쿠버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하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이 ‘안전’입니다. 스쿠버다이빙의 교육 대부분이 안전한 다이빙을 위한 스킬을 배우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스쿠버다이빙이 시작됩니다. 특히 다이빙 사이트 역시 안전하지 않은 곳은 절대 들어가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숙련도에 따라 사이트가 정해집니다. 늘 인사처럼 하는 말이 ‘안따즐따(안전한 다이빙, 즐거운 다이빙)일만큼 안전이 최우선 가치입니다. 실례로, 미국에서 각 스포츠를 하다가 죽을 확률과 다칠 확률을 조사한 결과 스쿠버다이빙은 볼링하다 죽을 확률과 같게 나왔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곽상희 shkwak09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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