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14 12:31
만타레이(Manta ray)는 모든 다이버들이 사랑하는 어류이자 저먼 채널의 상징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만타레이(Manta ray)는 모든 다이버들이 사랑하는 어류이자 저먼 채널의 상징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바닥의 색이 나뉘어졌다.

에머랄드빛의 바다와 푸른색의 바다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마치 물 위를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 곳, 저먼 채널(German Channel)이다. 역사의 아픔이 묻어 있는 곳이다. 1차 대전 당시 물자공급을 위해 인공적으로 폭파시켜 형성된 곳이 이 곳이다.

하지만 역사의 슬픔과는 다르게 자연은 다른 아름다움으로 이 곳을 품어 안았다. 썰물이 되면 저먼채널은 산호의 바닥을 드러내고, 다이버들은 그 위에 서 있을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한 폭의 그림으로 남는다.

저먼 채널의 바다 모습. 썰물 때에는 자유롭게 걸어디닐 수 있다. 조류가 잔잔할 경우 보트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정박하기도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저먼 채널의 바다 모습. 썰물 때에는 자유롭게 걸어디닐 수 있다. 조류가 잔잔할 경우 보트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정박하기도 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물 위의 저먼 채널은 아름답지만 수면 아래의 모습은 휘황찬란하다. 저먼채널 수중의 대부분은 모래지형으로 이뤄져 있지만, 이 구역을 상징하는 녀석이 있다. 쥐가오리의 하나인 Giant oceanic manta ray이다. 줄여서 만타레이(Manta ray) 또는 만타(Manta)라고 부른다. 거대함과 유유자적함을 자랑하는 쥐가오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만타레이는 크게는 5m까지 자라는 대형 가오리 어종이다. 고래상어와 함께 다이버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최애’의 바닷속 어류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만타레이가 나오는 포인트 치고 유명하지 않은 포인트가 없을 정도로 다이버들의 만타레이 사랑은 절대적이다. 만났을 때 전해지는 압도적인 강렬함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가장 사랑하는 어류가 바로 만타레이다. 

만타레이는 다이버들에게 압도적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만타레이는 다이버들에게 압도적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9월 중순이 지나면 만타레이가 자신의 몸을 클리닝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 저먼 채널이다. 이른바 ‘클리닝 스테이션’이라고 일컬어진다. 만타레이가 나타나 유유히 유영하면 청소놀래기를 비롯해 다양한 리프 피시들이 달려들어 만타레이의 거대한 몸에 붙어 있는 각종 다양한 기생충을 청소해 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타레이의 등장은 마치 시상식의 레드카펫을 연상하게 한다. 마치 레드카펫에 유명 배우들이 등장할 때 카메라 플래쉬가 터지는 것처럼 곳곳에서 다이버들이 만타레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셔터를 눌러댄다.

두 마리의 만타레이가 유영하는 모습.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두 마리의 만타레이가 유영하는 모습.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만타레이를 보기 위해서는 클리닝 스테이션을 주로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현지 가이드들은 포인트의 주요 클리닝 스테이션과 나타나는 시간대를 알고 있어서 만타레이의 시즌이라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몇 차례나 만타레이를 보기 위해 동일 포인트를 들어가기도 한다. 

만타레이는 크기가 5m 정도까지 성장하는 대형 어종이다. 유영할 때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만타레이는 크기가 5m 정도까지 성장하는 대형 어종이다. 유영할 때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만타레이가 나타났을 경우는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우선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들의 유영을 조용히 구경해야 한다. 그들을 따라가거나 촬영을 위해 카메라 조명으로 만타레이를 비추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이 같은 행위는 어렵게 다가온 만타를 쫓아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호흡기를 통해 나오는 공기방울을 좋아해 조용히 자리만 잡고 있으면 만타레이가 머리 위로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 큰 버블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만타를 보지 않고 ‘압권’이란 말을 논할 수는 없다. 

저먼 채널에서 만타레이를 만날 수 있는 시기는 주로 11월부터 4월, 늦어도 5월 중순 정도까지이다. 최적기는 12월 중순 이후,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5월 중순이 지나면 만타레이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저먼 채널에서는 빅아이 바라쿠다의 군무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저먼 채널에서는 빅아이 바라쿠다의 군무도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저먼 채널은 곧 만타레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저먼 채널 자체로도 아름다운 수중세계를 맛볼 수 있다. 저먼 채널 포인트는 또 난류와 한류가 부딪히는 지점에 위치한데다 수온약층이도 있어 갑자기 서늘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조류도 꽤 센 편에 속한다. 조류가 심할 경우 조류에 의해 흘러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상어 무리들이 이동하고 있다. 압도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상어 무리들이 이동하고 있다. 압도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조류가 센 곳은 대물들이 많은 포인트다. 저먼 채널에서는 만타레이가 아니더라도 줄 지어 이동하는 상어 무리와 빅 아이 바라쿠다 무리의 군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Scissortail fusilier 무리들의 군무와 거북이 등도  접하는 것이 가능하다. 2020년 만타레이를 보고 돌아서니 이동 중이던 거대한 상어 무리가 등장했다. 그야말로 그 대열이 경이로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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