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12 18:00

직행 재개되면 인천공항 5시간 거리 ‘다이빙 끝판왕’

팔라우의 바다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팔라우의 바다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이제 바다로 가자. 

첫 스쿠버다이빙 사이트 소개를 어디로 할까 많은 고민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포인트를 먼저 소개할까 아니면 우리나라 다이버들이 가장 많이 자격증을 발급받는 세부 지역을 소개할까 등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의 스쿠버다이빙의 고향인 ‘팔라우’를 소개하는 것이 맞겠다고 싶었다.

팔라우는 우리가 쉽게 닿을 수 있는 지역 중에서 ‘끝판왕’으로 손꼽히는 곳이어서, 연재 마지막에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했지만, 내가 스쿠버다이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도전하며 거쳐온 그 궤적을 독자들도 같이 하면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 앞섰다. 

이번 호부터 독자 여러분과 나는 스쿠버다이빙 여행을 떠난다. 중간중간에 물속 이야기가 아닌 스쿠버다이빙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도 풀어놓을 생각이다. 

팔라우는 '하늘을 품은 신들의 바다정원'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곳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팔라우는 '하늘을 품은 신들의 바다정원'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곳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팔라우를 수식하는 말은 ‘신들의 바다정원’이다. 3,500여개의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섬으로 형성된 바다 지형과 에머랄드빛 바다에서부터 푸른 사파이어의 짙은 색채를 가진 바다까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수상 낙원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마치 하늘을 품은 바다와 같다.   

그 밑으로 펼쳐진 수중 세계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아름다운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최고의 지역이다. 세계적인 해양단체 CEDAM이 1위로 선정한 세계 최고의 바다이며, 전세계 그 어떤 다이빙 전문가라도 ‘팔라우’를 세계 최고의 다이빙 지역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스쿠버다이버들에겐 ‘천국’이다. 

팔라우는 3500여개의 섬으로 구성돼 태평양의 보석과도 같은 곳이다. (사진제공=곽상희)
팔라우는 3500여개의 섬으로 구성돼 태평양의 보석과도 같은 곳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그런 면에서 다이버로서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최고의 포인트가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불과 인천공항에서 5시간 떨어져 있는 곳, 심지어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직항이 다녔던 곳이다. 코로나19 이후 직항노선이 멈췄으며 언제 재개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주항공에서 몇 차례 특별기를 띄우고 정도여서 많은 다이버가 정기 직항노선이 하루빨리 재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만 또는 필리핀을 경유해서 찾아갈 수는 있다.  

수탈과 전쟁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태평양의 보석' 팔라우 바다. (사진제공=곽상희)
수탈과 전쟁의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태평양의 보석' 팔라우 바다. (사진제공=곽상희)

팔라우 공화국(Republic of Palau)은 서부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캐롤라인 제도에 있는 연방 국가이다. 필리핀의 남동쪽, 인도네시아 서뉴기니의 북쪽에 위치한 섬나라이다. 

팔라우는 제국열강의 식민지로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16세기 중엽부터 필리핀과 함께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고, 1899년에 독일이 이 지역을 마리아나 제도·캐롤라인 제도와 함께 스페인으로부터 매입, 인산염을 채굴하면서 자원을 수탈했다. 팔라우의 유명 다이빙 포인트 중의 하나인 저먼 채널은 독일이 자원을 쉽게 빼내가기 위해 폭파시켜 만든 곳이다. 

썰물이 되면 바닥을 드러내는 저먼채널. (사진제공=곽상희)
썰물이 되면 바닥을 드러내는 저먼채널. (사진제공=곽상희)

이후 제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일본의 위임통치령 안에 포함되었으며,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주요 해군기지 역할을 담당했다. 1944년 펠릴리우 전투에서 이긴 미군이 점령했고, 세계 2차 대전 이후에는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미국의 신탁통치령이 되었다. 1981년에는 자치령으로 전환되었고, 1994년 10월 1일 마침내 공화국으로 완전 독립했고, 그해 12월 유엔에 가입했다. 2006년까지는 인구의 대부분이 사는 코로르가 수도였으나, 이후 응게룰무드로 수도를 옮겼다. 공용어로 팔라우어와 영어를 사용한다.

주도 코로르, 팔라우 여행의 중심 

팔라우 여행은 주도인 코로르 섬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코로르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는 약 40여분, 코로르섬을 관통하는 메인 스트리트를 통해 움직이면 된다. 메인 스트리트는 길게 늘어져 말라칼섬까지 이어져 있어, 대부분의 이동이 메인 스트리트를 통해 이뤄진다. 

바다를 눈 앞에 둔 대부분의 곳에는 멋진 리조트가 위치하고 있지만, 팔라우 여행자들의 주요 안식처는 다운다운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다운타운에는 WCTC, SURAMGEL'S 등 대형마트 두 곳이 상징적으로 위치하고 있으며, 그 주변으로 많은 숙박시설과 식당, 잡화점, 선물가게 등이 자리잡고 있다. 

팔라우 코로로 다운타운의 대표적 쇼핑몰 WCTC. 이곳을 중심으로 다운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팔라우 코로로 다운타운의 대표적 쇼핑몰 WCTC. 이곳을 중심으로 다운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팔라우의 대형 마트에는 다양한 한국제품을 비롯해 일본제품, 중국제품까지 쉽게 구할 수 있다. 라면, 김치, 김, 당면 등의 식품과 다양한 조미료까지 구비되어 있다. 심지어 소주까지 만날 수 있다. 많은 다이버들이 다운타운에 머무는 이유다. 여기서 산 음식물로 호텔에서 조리해 먹는 사람들도 꽤 된다.

2층에 위치한 'The Taj'는 인도음식점으로 다이버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2층에 위치한 'The Taj'는 인도음식점으로 다이버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다운타운에 위치한만큼 다양한 종류의 식당이 위치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나름 먹을 만한다는 중식당 'Chinese Fast Foods',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필수방문 식당인 'The Taj'라는 인도식당, The Taj 건물 1층에 위치한 'The Sushi' 일식당과 'Moki Moki'라는 일식당, 커피숍 'COFFEE BERRY' 등도 꽤 유명하다.

이밖에 태국음식점 등 나름 다양한 종류의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창 중국 관광객들이 많을 때는 중국인들 대상으로 한 수산물식당이 인기가 많았었는데, 당시 대왕조개를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바람에, 대왕조개 씨가 말라간다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다. 현재 중국 정부와 팔라우 정부간 사이가 좋지 않아 예전만큼 중국관광객들을 찾아볼 수 없다.

팔라우는 태평양의 섬국가이지만 어업은 발달되지 않았다. 자연생태계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팔라우 정부의 기치가 반영된 까닭에 현지인들 생계 수단 수준의 어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수산물은 냉동제품으로 미국 등지에서 수입된다고 한다. 

다이버를 위한 팁으로는 화학성분이 들어간 자외선 차단제는 팔라우 내에 들여올 수 없고, 사용할 수도 없다. 팔라우 내에서 생산되는 천연제품의 자외선 차단제만이 허용된다. 수중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팔라우는 미국 달러를 현지통화로 쓰고 있다. 대부분의 공산품이 수입되는 국가인 탓에 물가 수준은 높은 편이다. 또한 다이버와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여행자들에게는 천국일 수 있지만 활동적인 지상여행을 기대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다소 지겨운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팔라우의 다이빙 포인트. (그림제공=곽상희 강사)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팔라우의 다이빙 포인트. (그림제공=곽상희 강사)

팔라우는 전세계 다이버들에게서 ‘천국’이란 평가를 받는다. 스쿠버다이빙 전문가라면 전 세계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스쿠버다이빙 사이트 중 무조건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는 지역이다. 더구나 팔라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유는 각각의 포인트마다 각기 다른 모습과 매력을 지녔다는데 있다. 

팔라우를 대표하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는 Blue Corner, Blue Holes 포인트, Ulong 포인트(Ulong wall, Ulong Channel, Ulong Grass Land), German Channel 포인트, Siaes 포인트(Siaes Tunnel, Siaes Corner) Drop off 포인트(Big drop off, New drop off), Ngerchong 포인트와 난파선 다이빙 포인트인 Helmet Wreck과 동굴다이빙 포인트인 Chandlier 포인트가 있다.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는 Peleliu 섬 포인트(Yellow wall, Peleliu Express, Peleliu wall, Peleliu cut, Peleliu corner) 등도 다이버를 기다린다.

이외에도 독성이 없는 해파리가 서식하는 민물인 Jellyfish lake와 진흙처럼 가라앉은 산호가루로 인해 바다색이 우유 빛으로 보이는 Milky way 등이 유명하다. 

이 중에서도 Blue Corner와 Ulong 포인트는 세계 10대 포인트에 늘 손꼽힐 만큼 최고의 포인트로 평가받는다. 특히 Blue Corner는 다이빙을 즐기는 다이버라면 첫 손에 꼽는 그야말로 최고의 최고(The best of the Best) 포인트다.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신비감을 자아낸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푸른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신비감을 자아낸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팔라우 기온은 연중 28도에서 30도 수준이다. 바다는 연중 29도에서 30도의 수온을 유지한다. 1년 내내 다이빙이 가능하다. 최적시기는 건기 시즌인 11월부터 4월까지로 비슷한 태평양 섬지역과 비슷하다. 팔라우에는 한국인 다이브센터가 꽤 있다. 대표적인 곳이 ‘씨월드다이브센터’로 팔라우를 상징하는 다이브센터이며, ‘MK다이브센터’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씨월드다이브센터에서 새벽 다이빙 나가기 전 모습. 멀리서 동트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씨월드다이브센터에서 새벽 다이빙 나가기 전 모습. 멀리서 동트고 있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스쿠버다이빙 고향, 팔라우에 대한 기억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나에게 '팔라우'는 스쿠버다이빙에 있어서 '고향'과 같은 곳이다. 이 곳에서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했고, 처음으로 바다 속 신세계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어처럼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팔라우를 찾았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전세계가 어수선해지기 직전 팔라우 행 비행기에 올랐다. 확진자가 '0'명으로 청정 지역이었던 팔라우는 당시만 하더라도 입출국이 금지되지 않았던 터였다. 머리 속으로 아마 당시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해외 다이빙 기회를 잡고 싶었는데, 마침 그곳이 팔라우였기에 머뭇거림 없이 티켓을 예약했었다. 

필자가 오픈워터다이버 교육을 받았던 팔라우의 작은 섬 걸매아우스. 교육다이빙의 성지이자 호핑투어 여행자들으 휴식처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사진제공=곽상희)
필자가 오픈워터다이버 교육을 받았던 팔라우의 작은 섬 걸매아우스. 교육다이빙의 성지이자 호핑투어 여행자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사진제공=곽상희 강사)

아니나 다를까, 팔라우에 도착해서 안 사실이었지만 우리가 타기로 했던 귀국 비행기가 사실상 마지막 고국행 비행기였다. 귀국 다음날이 팔라우 정부가 모든 출입국을 금지하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한국인 다이버들이 이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 팔라우에는 한국인들로 가득했다. 우리의 아지트는 '씨월드 다이브샵', 내가 다이버로서 발을 디딘 곳이었다. 늘 반가운 이들이 여전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끼며, 설렘 가득히 시작된 팔라우에서 스쿠버다이빙을 만끽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코로나 시대가 끝났지만 아직 팔라우를 향한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루빨리 다시 팔라우를 만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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