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1.13 11:05

증권가 "과거 상황과 달라…코스피, 글로벌 증시 방향성 살펴봐야"

공매도 금지 이후 신용융자 잔고 및 투자자예탁금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공매도 금지 이후 신용융자 잔고 및 투자자예탁금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공매도 금지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와 예탁금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가는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과 금리 수준, 글로벌 증시 환경이 다르다며 신용융자가 큰 폭 증가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17조9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일 공매도 금지 첫날 16조5766억원에 비하면 4거래일 만에 약 5000억원이 증가한 셈이다.

신용융자 잔고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모두 증가했다. 코스피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6일 8조7636억원에서 9일 8조9986억원으로 약 2000억원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코스닥에서도 8조7636억원에서 8조9986억원으로 약 2000억원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란 투자자가 주식을 살 목적으로 증권사에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통상 신용융자는 증시 상승기에 개인투자자들이 수익률을 더 높이기 위해 증권사에 돈을 빌리면서 잔고가 늘어난다. 이에 '빚투'라고 불린다.

공매도 금지 후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큰 폭 증가했다. 지난 3일 44조6820억원이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일에만 3조원가량 늘어나며 47조4298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지난 9일까지 47조원대를 유지했다. 즉,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신용융자의 증가는 지난 6일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하루 동안 코스피는 5.66% 상승하면서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공매도 잔고가 몰려있던 에코프로,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 종목들이 20% 넘는 강세를 보이며 개인투자자들은 지난 7일 코스피 시장에서만 458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공매도 금지 첫날 1조원가량 순매도한 것과 다른 행보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공매도 금지 이후 코스피가 3200선까지 상승하며 신용융자 잔고가 25조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크게 증가한 수준은 아니다.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방향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공매도 조치가 코로나 팬데믹 당시 공매도 금지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의 공통점은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고, 현재는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은 통화와 재정정책 모두 완화적이었으며, 개인들과 외국인들의 유동성을 지지해 주는 지지대 역할을 했다"며 "V자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매크로 환경, 그에 따른 금리에 대한 부담이 존재한다면 과거 공매도 금지 구간과 달리 코스닥의 상대 성과가 양호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용융자잔고 이자율은 평균 6~9%에 육박한다"며 "개인들의 공백을 일정 부분 메꿔 줄 외국인들의 수급도 유입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공매도 금지보다 글로벌 투자 환경, 매크로 환경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는 "공매도 변수가 국내 증시의 모든 이슈를 집중시켰지만, 글로벌 증시는 여전히 채권금리 등락에 민감한 모습"이라며 "앞으로 코스피는 정상 궤도에서 글로벌 증시와 발을 맞춰 방향성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