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2.16 13:25

"경계현 사장, 철저히 노조 무시…요구안 핵심은 임금 지급 불투명·불공정·일방성 바로잡는 것"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책임 있는 대화와 해결을 요구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책임 있는 대화와 해결을 요구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첫 파업 기로에 섰다. 쟁의권을 획득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사측의 '노조 패싱'을 간과할 수 없다"며 "파업이 마지막 길이면 파업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16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책임 있는 대화와 해결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 등으로 구성된 연대체다. 

공동교섭단과 삼성전자는 지난 10일과 14일 진행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 조정 요청을 받은 중노위는 통상 2~3회의 사전조정을 실시하며, 이 기간 동안 노사 모두 중노위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된다. 어느 한쪽이라도 거부하거나 양측 입장차가 너무 클 경우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며,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날 노조 공동교섭단은 "모든 사태의 책임이 사측에 있다. 필요할 경우 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지난해 9월부터 임금 교섭을 통해 회사와 원만한 합의를 하고자 노력해 왔다"며 "처음 요구했던 임금 요구안에 대한 양보안도 사측에 전했다. 하지만 사측은 공동교섭단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불성실하게 교섭에 임했다"고 주장했다. 

이현국(왼쪽 두 번째)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열린 '삼성전자노조 조정 중지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이현국(왼쪽 두 번째)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열린 '삼성전자노조 조정 중지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노조 주장에 따르면 노조는 최초 요구안에서 노사 이견이 가장 컸던 계약연봉 1000만원 정액 인상,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대폭 수정했다. 계약 연봉 정액 인상,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 등을 전제로 인상 수준은 사측과 협의해 조정하겠다고 제안했다. 노조 관계자는 "요구안의 핵심은 임금 수준 자체가 아니라 임금 지급의 불투명·불공정·일방성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장기적 제도 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굽히지 않았지만, 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취하며 사측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 했다. 그러나 사측은 아무런 제안도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공동교섭단은 "중노위 조정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해 대폭 양보하며 협상에 임하려 했으나 회사는 단 하나도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며 "아무 대화 없이 노사 상생이 가능한가. '소통왕'으로 유명한 경계현 사장, 철저히 노조를 무시한다. 최고 경영진과 노조 대표가 만나 논의하고 결정했으면 한다. 사측이 원하면 언제라도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약 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국 노조가 총 연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히 투쟁하겠다"며 "파업이 마지막 길이면 파업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창사 이래 한 번도 파업을 겪지 않았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엔 노조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경영 철학을 내세우며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무노조 경영은 고 이건희 회장 때까지 이어졌고, 지난 2020년 3대인 이 부회장에 이르러 무노조 경영 철폐를 선언했다. 이번에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결의할 경우 삼성전자는 첫 파업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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