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6.20 16:51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력 레벨4 도달…기존 지역 확장성 넘어 신뢰성 향상에 초점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자율주행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듯 하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는 않는 모양새다.
글로벌 판매량 3위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상반기에 차세대 주행보조(ADAS) 시스템인 HDP(Highway Driving Pilot) 시스템이 탑재된 G90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상품성 개선을 이유로 해당 기술이 빠진 차량을 출시했다.
HDP는 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 자율주행 3단계에 충족되는 주행보조 기술이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 내에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 상태에서 차량의 스티어링 휠(핸들)이나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조절할 필요가 없는 차량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개발도 더딘건 마찬가지.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3단계 자율주행을 승인받았지만 최고속도는 시속 64㎞에 불과하다.
지난 19일, 당산역 SKV1센터에서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부대표를 만났다.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 후 석·박사 과정까지 거친 정 부대표는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인공지능 머신러닝 관련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다 라이드플럭스에 합류했다. 정 부대표는 자율주행 머신러닝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회사에서의 중책을 맡고 있다.
다음은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부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생각보다 더디게 다가오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인가.
"기술적·제도적인 어려움이 있다.
테스트를 하다 보면 다양한 특이사항과 직면하게 된다.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는 아무래도 급격한 움직임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센서로 인식하기에) 크기도 작고, 게다가 사고가 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개발을 할 수 밖에 없다. 또 돌발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로 검증하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 검증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제도적 측면에서 봤을 때 도로 환경이나 도로 규칙은 지역·국가마다 제각각이다. 교통 법규도 계속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면 끝나는게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엔지니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대응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해외 진출이 어려운 이유와 맞닿아 있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을 잘 하더라도 해외에 나가면 그 나라의 환경에 맞는 설정 및 적용이 필요하다. 해외 기업이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자율주행이라는 플랫폼이 생각보다 더디게 확산되는 추세다.
가격도 문제다. 셔틀이나 물류 배송 등 특정 지역만 순환하는 차량을 개발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다. 차량에 아직 사람이 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맞춰지기 시작하면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의 자율주행 연구 환경은 어떠한가.
"국내에서는 최대한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테스트베드 또한 잘 구축된 편이다.
규제같은 경우, 자율주행과 관련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풀어주는게 아니라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유럽 및 미국 등의 국가에서 마련한 규제를 참고해서 만들고 있는데, 규제가 기술 개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서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내 수준에 맞춰서 법제화·제도화 되고 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상용화 촉진 및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기존 법안에서 불편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로 개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력은 현재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했나.
"미국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업체 웨이모의 경우 가장 오래 되기도 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을 선보이고 있다. 호출을 하면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차가 오는 방식의 상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아직 대규모로 확장되진 않았다.
택시나 버스, 셔틀, 물류 차량은 한정적인 지역 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레벨4가 확대되는 추세다.
그리고 일반 승용차의 경우 레벨3의 기술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벤츠는 독일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고 올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에서 완전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현대차도 올해 HDP가 탑재된 차량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있어 제주도 지형의 특징이 있다면.
"서울이나 제주도는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제주도는 좁은 구역에 다양한 환경이 밀집해 있어 테스트에 용이하다.
서울과 달리 제주도는 1시간 안에 해안도로·산악도로·고속화도로 등 모든 도로를 경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합리적으로 기술을 고도화 할 수 있다.
테스트를 많이 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는 해안도로다. 공항 주변의 해안도로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도 많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곳에서는 '엣지 케이스(자율주행 서비스를 고도화 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돌발 상황)'가 많이 일어난다. 그런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율주행 차량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라이드플럭스가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기술은 무엇인가.
"회사들은 보통 정밀지도를 기반으로 레벨4 기술을 고도화 시킨다. 문제는 정밀지도가 없는 지역은 자율주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라이드플럭스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해당 지역을 주행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는 '지역 확장성'이 뛰어나다.
최근에는 확장성을 바탕으로 안전한 무인 자율주행차 시대로 가기 위해 '신뢰성'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비스들의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국내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