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07.25 00:05

업계 최초 하락 보고서 발간…"독립리서치가 시도하지 않던 분야 계속 도전"
"금융당국, 근시안적인 지원보다 시장 자체 키울 수 있는 부분 고민해달라"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밸류파인더 사무실에서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유한새 기자)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밸류파인더 사무실에서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과거 '증권가의 꽃'이라고 불렸던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증권사의 수익 구조 변화로 인해 입지가 줄어들고 있고, 외부에서는 '매수일색', '선행매매' 타이틀에 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사태 진정에 나섰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은 27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리서치보고서의 신뢰도 제고와 관련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의외의 인물도 참석했다. 밸류파인더 이충헌 대표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국내 독립리서치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증권사 사장들과 현안을 공유하고 독립리서치 시장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증권업계에서 독립리서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는 기존 증권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밸류파인더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다음은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밸류파인더를 창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독립리서치에 대해 설명하자면,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정보를 전달하는 곳이지만 말 그대로 독립성을 침해받지 않는 곳이다.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법인영업과의 관계로 독립성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하지만, 당사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

밸류파인더의 비전은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스몰캡 투자 정보 제공으로 비대칭성을 해소하자'다. 스몰캡 같은 경우 증권사에서 5년 넘게 리서치보고서가 안 나오는 곳도 많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리딩방, 종목토론실 등 사실이 아닌 정보에 의존하고 투자할 수 있다. 밸류파인더는 잘못된 정보로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창립했다.

우리는 모든 기업의 리서치보고서를 IR 담당자와 이야기한 후 발간한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밸류파인더의 수익 구조는 무엇인가.

"개인투자자에게 리서치보고서를 판매하는 B2C 사업과 대형 증권사와 협업하는 B2B로 나눠진다. 기존 독립리서치의 수익구조는 대부분 B2C라고 생각하지만, 국내 약 8개의 독립리서치 가운데 '유료화'로 전환하지 못한 곳이 70~80% 수준이다. 수익을 내고 있는 독립리서치는 거의 없다.

우리는 개인투자자들은 위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형 증권사에 스몰캡 종목 탐방노트를 제공하고 있다. B2B와 B2C 모두 호응이 좋다. 시장 규모와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수익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밸류파인더 사무실에서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밸류파인더 사무실에서 뉴스웍스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업계 최초로 하락한 종목을 분석하는 자기반성형 리서치보고서를 냈다. 이유는 무엇인가.

"기존에는 리서치보고서를 내면 오른 것만 다시 이야기하고, 전망이 틀린 다시 말해 하락한 것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기존의 틀을 깨고 싶었다. 오른 것만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보고서를 내고 하락했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어떤 이유로 하락했는지 투자자들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시도의 측면도 있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려동물 산업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각종 주요 언론과 투자 채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의 이러한 시도가 업계에서도 인정받아 이달 초에 진행한 증권사 간담회에 참석한 것 같다. 금감원에서도 독립리서치에 대해 관심이 많은 데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기존 증권사는 매수 의견이 많다는 이유로 신뢰도를 잃고 있다. 독립리서치는 매도 의견이 자유로운가.

"투자의견에 대해서는 제약이 거의 없다.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가운데 매수가 48%, 투자의견 없음(Not Rated)이 62%였다. 90% 이상이 매수의견인 증권사와 다르다.

하지만 매도의견은 아직 쓰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누구도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서치센터가 한 번도 다루지 않은 기업에 대해 리서치보고서를 내 투자자가 매수를 하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생긴다. 

우리는 지난해 120개 기업에 대해 다뤘고, 최근에도 한 달에 10개 넘는 기업에 방문해 리서치보고서를 낸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는 좋은 기업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안 좋은 기업을 굳이 다룰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일각에서 해외에서는 매도 의견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해외와 우리 시장은 환경이 다르다. 공매도가 되고, 매도 의견 문화를 용인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존 증권사들도 법인 영업과의 관계 때문에 쓰기 어려운데, 수요가 없는 매도 리서치보고서를 쓸 이유가 없다." 

-리서치보고서 유료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증권업계 리서치 유료화에 대한 부분에 대해선 한두 곳의 결정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언론에서 유료화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뢰도를 하락시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하는데 그 부분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보 비대칭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하는데 그 의견도 동의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료화 문화가 당연시돼 있다.

최근 교보증권에서 리서치보고서 전문을 보려면 법인 영업부에 문의하라고 써있었다. 유료는 아니지만, 이렇게 문화가 차츰 변화하고 있고, 다양화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독립리서치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당국과의 소통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독립리서치가 활성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장이 작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국에서 근시안적인 단순한 지원보다 시장 자체를 키울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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