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7.29 08:00
"보험계리사, IFRS17 하에서 보다 능동적 주체로 거듭날 것"

[뉴스웍스=백종훈 기자] 새로운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의 시행으로 보험계리사의 중요성이 업계에 점차 부각되고 있다.
보험계리사는 미래에 지급할 보험금을 예측해 보험상품의 보험료를 결정하고, 수취한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사가 적정부채를 확보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이런 가운데, IFRS17 시행으로 이 모든 과정이 세분되고 복잡해지면서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앞다퉈 보험계리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보험사 경쟁력은 우수한 계리인력을 얼만큼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리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자 일부 보험사는 계리인력을 내부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보험계리사 내부 육성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잡오프 및 온라인 과정을 운영해 왔다. 한화생명은 이를 통해 5년 동안 총 43명의 계리사를 양성했다.
하지만 계리인력 공급은 수요에 비해 한참 부족한 상황이다. 보험업계가 바라보는 계리인력 적정선과 현업에 있는 계리인력 간 차이가 커 일손이 부족한 실정인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험계리사는 총 1173명이다. 보험업계는 향후 3000명 이상의 계리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계리인력의 수급 불균형에 대해 전용범 한국보험계리사회 부회장에게 현재 상황과 전망을 물었다. 아래는 그와 나눔 일문일답.
-보험계리사의 역할과 협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보험계리사란, 수학·통계적 분석을 활용해 보험 및 금융 전반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전문가다. 때문에 다양하면서도 심도있는 업무를 수행한다. 대표적으로 보험·금융상품의 기획 및 개발에 참여한다. 수리·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보험료를 산출하고 준비금 적립도 담당한다. 또 손익의 원인 분석 및 평가를 통해 잉여금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보험계약의 미래현금흐름을 예측해 전사적으로 경영을 관리한다. 이 외에도 보험 관련 업무처리 기준을 설정하기도 하며 각종 통계분석을 통한 경영지표 제시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보험계리사회는 이와 같은 보험계리사의 권익을 제고하고자 보험업법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계리사회의 주요 업무로는 회원 전문성 강화를 위한 보수교육 실시, 세미나 개최, 학술 및 연구활동 지원 등이 있다. 국제교류협력사업을 통한 국제적 정합성을 갖춘 계리제도 및 실무기준 수립, 윤리기준 배포, 정부위탁업무 수행 등도 있다."
-새로운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시행으로 보험업계가 어수선하다.
"변화의 정도를 감안하면 정착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보험회계 제도는 현금주의 룰에 기반한 정확한 금액산정을 골자로 했다. 하지만 새로운 보험회계 제도는 그간의 업무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개혁으로 볼 수 있다.
IFRS17은 현금주의가 아닌 발생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회사마다 실무 적용 방식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재무회계, 감독회계 및 건전성 회계에 적용하는 재무제표가 상이해 업무량까지 급격히 늘어났다. 부채평가가 원가법에서 시가법으로 변경되면서 계리적 가정 산출이나 추정도 복잡해졌다.
과거의 업무는 그간 구축된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잘 활용만 하면 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시스템 파악, 적정성 규명, 결과에 대한 상관관계 입증 등 다양한 경험을 새로 쌓아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려고 해도 IFRS17이 올해 도입된 데다 유럽, 캐나다, 호주, 홍콩, 뉴질랜드 등만이 우선적으로 IFRS17을 시행한 상황이어서 선례를 참고하기도 쉽지 않다.
회사 입장에서는 IFRS17이라는 새로운 잣대로 경영 전반을 파악해야 해 많은 시간과 수고가 한동안 요구될 것이다. 결국 통일된 의견을 도출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때문에 인프라 구축에도 큰 비용과 노력 투입이 요구되고 있다."
-IFRS17 시행 전후로 현장에서 바뀐 게 있다면.
"기존 보험회계 제도에서의 보험계리사는 정해진 룰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역할에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보험회계 제도에서는 보험계리사의 역할이 보다 능동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IFRS17에서는 보험계약마진, 경험조정, 위험조정, 손실요소 및 금융비용 등 보험수리이론을 바탕으로 산출된 현금흐름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상품전략, 자산운용전략, 영업전략, 조직운영전략 등을 짤 텐데, 이때 통계분석과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는 보험계리사가 우선일 것이다."
-보험사에 소속된 보험계리사 수를 더 늘려야 하나.
"현재 보험계리사 자격자는 2100명에 이르고 보험사에 근무하는 숫자는 1200명이다. 하지만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재보험사 현황을 고려하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라고 본다. 보험계리사가 종사하는 분야를 밸류에이션, 인베스트먼트 및 프라이싱으로 분류해 보면 상당 부분이 결산, 상품 개발에 치우쳐 있어서다.
향후 자산운용전략, 마케팅 전략 수립, 경영전략 구축, 리스크 관리, 재보험 전략, 중장기 경영전략 및 사업계획 구축 등으로 업무를 세분화할 것을 고려한다면 지금의 숫자는 부족하고 지속적 인력 양성은 필수적이다. 아울러 IFRS17 하에서 검증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계리법인의 규모와 역량도 필수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현재 자율규제 차원에서 책임준비금 외부검증 관련 표준검증시간제도가 시행 중인데, 이를 준수해 보험사의 준비금을 실효성 있게 검증하기 위해서는 계리법인 소속의 전문 계리사의 증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계리인력을 육성하는 게 눈에 띈다.
"보험사는 보험계리사가 핵심 인력임을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 인사고과에 보험계리사 자격증 소지자에 가점을 주고 자격 수당을 지급해 동기 부여를 하는 회사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 때문에 최근 보험계리사 합격자 현황을 보면, 보험사에서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현직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보험사들이 보험계리사 전문 인력 양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로 보이며,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여진다."
-시행이 본격화된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이유는 무엇인가.
"4~5년 전 보험업계는 금리 수준이 낮아 IFRS17 도입 시 자본잠식 등 재무제표 작성에 상당한 우려를 했다. 그런데 IFRS17로 전환되는 시점인 올해 1월 1일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3.318%로 예상과 달리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공정가치법 적용 위주에서 계약 연도 별로 수정소급법 또는 완전소급법을 적용해 자본금 축소 없이 보험계약마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신계약비 상각 관련 규제까지 바뀌면서 초기 초과사업비 전액이 비용으로 처리되는 부분이 대폭 줄어 손익도 확대됐다. 이는 사업비를 공격적으로 쓴 회사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예상보다 큰 손익의 발생에 금리가 절대적 영향을 끼친 것이다. 다만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경우 그만큼 부채는 늘어나고 손익도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놓은 IFRS17 가이드라인에 대한 생각은.
"금융감독원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보험업계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방향성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제도가 원만히 정착하게 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IFRS17을 먼저 시행하는 국가이다 보니 더더욱 그러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감독원의 대처는 시행 전에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타이밍이 비교적 적절하다고도 보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원칙 기반의 국제회계기준 기본정신은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과도한 관여보다는 원칙을 준수한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보험사 입장에서 이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최선추정부채(BEL) 값의 증가가 예상된다. 전진법 적용 시 BEL의 증가는 보험계약마진(CSM)의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도 보인다. 특히 보험계약마진의 규모가 작은 경우 즉시 당기손실로 인식될 수 있으므로 BEL의 변동이 큰 회사는 소급법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급법을 적용하는 경우 BEL의 증가가 보험계약마진(CSM) 증가로 이어져 가이드라인 제공 이유를 희석시킬 수 있는 만큼, 감독당국은 선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보험사 등 보험업계의 올해 하반기 전망은.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을 전진법으로 적용하는 경우 일부 보험사는 손익의 급감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규모는 회사의 상황에 따라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보험계약마진이 높은 상품 판매에 매진할 것이고 이 결과에 따라 실적이 차이가 날 것으로도 예상된다. 아울러 주식채권 및 대체투자 등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고 경기침체 등이 예견되는 시점이다. 부실자산 비중과 투자 실적에 따라 자산운용실적이 차별화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결과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보험계리사의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보험사의 계리적 가정은 보험손익의 핵심 부분을 추정한 값이다. 특히 손해율, 사업 비율 및 해약율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는 기초통계자료 집적은 물론 상품별, 성별, 채널별, 경과년도별 등 다양한 조건에 맞게 분석해 미래의 추정치를 산출해야 한다.
따라서 보험계리사는 이에 따른 기초통계와 각종 보정 방법을 연구할 것이고, 각자의 경험과 분석을 통해 최적값을 판단할 것이다. 무엇보다 계리적 최적가정은 회사가 현시점에 내놓은 최선의 추정치다.
보험계리사는 이를 근거로 각 조직 및 채널의 사업계획 수립 시 목표량을 설정, 경영관리와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그만큼 보험계리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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